[원더풀 시니어] (286)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자

2024-11-22     김교환 기자
1950~70년대

 

할머니가 보내셨구나/이 많은 감자를/야, 참 알이 굵기도 하다/아버지 주먹만이나 하구나/올 같은 가물에/어쩜 이런 감자가 됐을까?/할머니는 무슨 재주일까?/화롯불에 감자를 구우면/할머니 냄새가 나는 것 같다/이 저녁 할머니는/무엇을 하고 계실까?... 지금의 노년 세대가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던 시다. “할아버지 물 좀 떠오소” 게임기만 들여다보며 혼자 웃고 즐기면서 옆도 안 돌아보고 하는 어린 손자의 명령이다.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 그냥 앉아 계신다. “할아버지 물 좀 떠오소” 언짢아진 할아버지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맞아!”라는 말에 “할아버지 나 때리러 올 때 물 좀 떠오소” 요즈음 아이들과 노년을 풍자한 사례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세대 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의 아이들은 아날로그 시대를 끝으로 온라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디지털 환경의 21세기에 출생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에 태어난 10대까지의 아이들로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유비쿼터즈 사회의 영향을 직접 받은 알파 세대이다. 풍요로운 환경, 폐쇄공간, 고속변화 사회, 정보화의 바다에서 태어난 어린이에서부터 청소년까지로 AI 로봇과 같은 기계와 소통하는데 친숙하다. 따뜻한 엄마와 아빠의 품에서 말과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 로봇 기계와 함께하면서 말과 행동을 익히는 세대로 이들은 사람 냄새가 아닌 기계 냄새에 더 익숙하며 옳고 그름보다 좋다싫다가 먼저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던 농경사회 끝자락에서 태어나 AI 로봇 사회인 지금까지 인류발전상을 함께한 세대이다. 10위권 선진국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오롯이 살아오면서 급격한 빈부격차와 극심한 세대차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너무 빨리 변화 발전하는 현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MZ세대와 알파 세대와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교 문화의 그늘에서 나이 우선의 위계질서가 체질화되어 있는 노년 세대들의 기준으로는 버릇이 없고 말이 안 통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젊은이와 아이들 세계와 결국 문화적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제 노년 세대가 대접을 받으려면 꼰대의 그물에서 탈피해야 한다. 넓은 의미로 꼰대라고 하면 구태의연한 정신자세로 처신해가는 늙은이를 통칭하는 의미가 된다.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생활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인 선입견, 편견의 고정관념으로 내 말이 다 맞다는 어른들의 고집이 아이들의 눈에는 꼰대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지 이해와 설득이 아닌 무조건 따르게 하려는 자세가 문제다. 우리 어른들이 젊은이들과 학생들에게 다가가야지 젊은이와 학생들에게 우리를 따라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마음만 열면 배우고 익힐 곳은 얼마든지 있다. 육체의 눈은 나이가 들수록 어두워지지만 마음의 눈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밝게 가질 수 있다.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는 폭넓은 사고로 모르는 건 누구에게나 배우며 여생을 당당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