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에서는 '엉가'...아기들 '응가'인줄
1973년 안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안동시 당북동에서 시골 여인숙을 하는 고모댁에 하숙을 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길 건너 버버리찰떡으로 유명한 신시장 입구에 사는 우리반 친구 김선태 집에 놀러 갔다. 선태도 친척집에 얹혀살았다.
방에 앉아 놀고 있는데 친척 동생인 듯한 남자 아이가 들어오더니 선태를 보고 “언니야!”라고 불렀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꼬마가 다시 한 번 더 “언니야!” 라고 부르는 소리에 적지 않게 놀랐다. 남자 아이가 형이라 하지 않고 언니라고 부르다니... 급우인 선태에게 물으니 저희 집안에서는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언니는 일반적으로 손아래 자매가 손위 자매를 부르거나 남에게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남자 형제들끼리 언니라고 부르니 되게 어색하였다.
이런 호칭이 사용된 예가 최근에도 있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드라마 ‘추노’를 기억하는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도 남자끼리 ‘언니’라고 부르는 대사가 나와 시청자들이 의아해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예전 졸업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졸업식 노래’ 1절 가사를 보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가사에 나오는 ‘언니’가 후배 여학생이 선배 여학생만을 위해 부르는 것이겠는가.
경남방언에서는 언니나 형을 ‘엉´가’라고 한다.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이 전혀 다른 ‘엉가’라는 말도 있다. 앞의 ‘엉´가’는 ‘엉’에 고조가 들어간 발음이고, 뒤의 엉가는 그냥 ‘엉가’이다. “엉´가 다나?(형<언니> 맛이 다니?)” “엉´가, 니는 와 꼬틀 안 따노?(형<언니> 너는 왜 꽃을 안 따니?)”하는 식이다.
‘엉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응가’라고 하는데, 바로 '대변'을 일컫는 어린이 말(幼兒語)이다. ‘으’와 ‘어’가 발음상 변별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엉가’로 나타난다. “우는 거 본께 엉가했는 갑다(우는 것 보니까 똥 쌌나 보다)”.
성조에 따라 뜻이 전혀 달라지니 이 또한 재미있다.
신승원(한국방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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