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이 겪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지상원 (81·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복지관과 경로당이 문을 닫은 지가 벌써 두 달이 다 됐다고 하며, 식구들은 매일 마스크는 갈아 쓰라고 하지, 밖에 잠깐 나갔다가 오면 손을 씻으라고 하니 죽겠다고 한다.
코로나 예방수칙으로 마스크 착용, 기침할 때는 옷소매로 가리기,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로 연락 등의 4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한 장 구입하는 데 처음에는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3, 4 시간은 보통이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긴 줄을 서서 2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다. 이제 요일에 맞춰 주민등록증만 가져가면 되니 조금 쉬워 졌지, 우리나라가 경제대국 10위권 나라인데 마스크 하나 사려고 줄까지 서서야 되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두류공원 동쪽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 기다리던 김선중(79·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건 순진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번지기 시작했을 때는 kf94로 하루만 사용하고 버려야 된다고 하다가,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말려서 이틀 정도는 써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대란의 끝이 보이질 않으니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방송을 해대는데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건지 의심스럽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탁상공론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일상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치만 되풀이했다. "마스크 사재기는 원천 봉쇄, 시장 교란 행위는 용서치 않겠다." 고 했고, 강력한 조치를 했다고 하는데도 마스크 대란은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의약 외 물품 수급동향을 점검하는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또 엄포를 놓았다. "긴급 수급 조정 조치 시행 단계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물가안정법에 따라 마스크 수급이 아주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지면 법 테두리 안에서 조정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 정부의 발표에도 왜 시중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웠을까?
관공서와 기업들에서 대규모로 주문하는 물량이 많아 시중의 물량은 부족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매점매석으로 적발된 물량이 1천만 장이 넘었고, 수출 물량이 많을 때는 하루 2백만 장이 넘었다고 했다. 국내에 이렇게 마스크가 부족한데 국외 반출이 웬 말이었을까.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마스크를 수출할 수 없고 공적 판매처, 우체국, 농협중앙회 같은 지정 판매처에만 판매하게 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날에만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마스크 5부제가 안착되면서 최근 2주 사이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는 옛말이 됐다. 이제 지정된 날 약국에 방문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대란에 예민해진 시민을 상대로 시달리던 약사에게도, 생업 등의 이유로 마스크 판매 시간에 맞춰 줄을 설 수 없었던 시민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이렇게 마스크 대란이 주춤하게 된 걸 정부가 잘 한 정책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안동의 새마을 부녀회 등 시민단체들과 유튜브 채널 ‘쏘잉티비’를 운영하는 윤정린 씨는 ‘마스크 만들기'를 올렸다. 도안 그리기부터 겉감과 안감 원단 교체필터, 고무줄을 활용해 손바느질로 꿰매면 수제 마스크가 완성된다고 안내했다. 시민들은 줄서기보다 집에 있는 자투리 천을 이용해 다양한 마스크 만들기에 동참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시민들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이 많은 시민들이 밖에도 못 나가고 친구도 못 만나니 수백 번 저어야 되는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것처럼, 마스크 값이라도 벌어 보려고 시도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는 6백 원 내외로 팔던 마스크가, 3천5백 원 정도로 여섯 배 가까이 올랐으니 3개만 만들면 반찬값 만원을 번다는 계산이다.
사회적 분위기에도 문제가 많았다. 시골에서 밭일 논일 하는데 마스크가 필요할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꼭 필요할까? 집에만 계시고 농사일 혼자 하는데 kf94마스크는 숨쉬기도 쉽지 않다. 자신들에게 아무 필요 없는 마스크를 안 쓰면, 모두가 쳐다보는 분위기니 어찌 안 쓰고 견딜 수 있었겠는가? 시골 마을에서 70, 80대 어르신이 지팡이 짚고 나와서 마스크 사려고 농협 우체국 약국으로 와 줄을 서는 어르신은 도시에 있는 손자들에게 보내려는 분들이다. 오늘은 다 팔렸다고 설득해도 신분증 맡길 테니 다음 주에는 내 것 꼭 챙겨 놓으라는 순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들 이름으로 현금 영수증 끊어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똑 같은 법의 적용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마스크 대란도 이제 끝이 보인다.
마스크 5부제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다.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없이 구매할 수도 있으며 대리 구매의 폭도 넓어졌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도 “국민의 양보와 배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협조로 마스크 5부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국민도 좀 더 수월하게 마스크를 구매하게 됐지만, 아직은 마스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생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쓰기와 코로나 예방 수칙을 잘 지킨 시민들 덕분에 코로나가 유럽의 여러 나라보다 빠르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과 같이 사재기도 없었다. "정부의 재난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에 본을 보인 시민 여러분, 확진환자 0, 격리자 0, 사망자 0이 되어 코로나가 종식되었습니다. 시민 모두는 일상생활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방송을 기대하며 졸시 ‘코로나 뚝’을 적어 본다.
코로나 뚝
안 영 선(아동문학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에
울던 아기 뚝
곶감보다
무서운 코로나에
할아버지도 뚝
삼대 외동
손꼽아 내일내일하던
손자가 태어났는데도
코로나가 뚝
가족들도
선생님과 제자도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뚝 뚝 뚝
보이지도
들리지도
냄새도 없는
그 묘한 것이 뚝 뚝 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