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는 전쟁 등의 특수 상황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어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난 기간에 태어난 인구집단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하며 인구의 15%인 700만 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고희(古稀)에 접어드는 중학 동기생 모임에 참석자들이 점차 줄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에 있는 중학 동기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해 온 것이 벌써 삼십 년 이상 됐다. 한 해에 몇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가끔 가족 동반 나들이와 소모임도 하곤 했는데, 불과 수년 전부터 자녀들 혼사 소식도 뜸하고 소모임 연락도 없고 하더니 급기야는 해산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고희(古稀)는 두보의 시 곡강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됐다. 나이 칠십이 되는 것은 예부터 드문 일이라는 뜻으로, 이제 곧 초고령 시대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배치(背馳)되는 용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세대의 뒤를 받쳐서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국제화와 세계화에 앞장서서 활약했지만,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에 꼰대와 라테로 지탄받기도 했다. 점차 나이가 들어서 직장에서 퇴직하고 이런저런 모임들도 하나둘씩 사라져가니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험한 세상 오롯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일만 남았다.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아버지의 실종 이후에 어머니를 도와 가계를 꾸려가는 착하고 헌신적인 외동딸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지난해 경향 각지의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한자성어들이 대부분 중국의 고전에서 유래하고 있으나, 각자도생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이후에 우리 문서나 고전에 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천재지변이나 큼직한 재난을 자주 겪자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예방책을 비난하는 기사에 자주 쓰이는 용어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경제적 불황을 이겨내고 날로 진화되는 투자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에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따듯한 감성도 간직해야 하고, ‘구구팔팔일이사’ 하기 위해서는 느슨해지는 종아리 힘줄도 당겨줘야 한다.
얼마 전 입적한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은 ‘어려울수록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손발은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남겼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에 머리를 식히고 생동하는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힘차게 손을 흔들며 뚜벅뚜벅 걷는 것이 바로 각자도생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