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대통령, 흙수저 부통령
금수저 대통령, 흙수저 부통령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4.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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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 펜실바니아에서 결정

수저계급론은 서양에서 유래됐다. 서양의 귀족층이 주로 은으로 된 식기와 수저를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의 관용구가 생겼다.

우리나라에도 수저계급론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기준까지 제시되고 있다. 금수저는 상위 1% 미만으로 현금 자산 20억 원 또는 연 소득이 2억 원 이상의 계층이라고 한다.

올 11월에 치러질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1964∼) 민주당 후보는 모두 금수저다. 트럼프 후보의 아버지는 독일계 이민자로 성공한 뉴욕의 부동산 사업가였으며, 해리스 후보는 자메이카 이민자인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캐나다 맥길대학 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남편인 유대계 변호사 더그 엠호프(Douglas Craig Emhoff, 1964∼)의 동생 앤드류 엠호프(Andrew Emhoff)가 한국계 쥬디 리(Judy Lee) 박사와 결혼했다.

반면에 이들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부통령 후보들은 모두 흙수저다.

공화당의 밴스(J. D. Vance, 1984∼) 후보는 미국의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혼자 힘으로 예일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그는 자신의 빈곤한 가정과 무너지는 러스트벨트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로 미국인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민주당의 월즈(Tim Walz, 1964∼) 후보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미 육군에 입대해서 24년 동안 군 복무를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네소타에서 교사 생활을 거쳐 하원의원과 미네소타 주지사를 역임했다.

민주주의 정치는 색감과 식감이 좋고, 영양가도 있는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다.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려면 밥알과 나물, 고기 등의 식재료와 고명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잘 섞고 맛있게 비벼주는 수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우지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금수저 대통령과 흙수저 부통령이 나온다.

대선을 거의 두 달 앞두고 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초접전 승부를 벌이고 있다. 대선의 향방은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거느린 펜실바니아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