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노인종합복지관이 설문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서예였다고 한다. 퇴직도 했고 시간은 남아 돌아가는데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분들에게 서예는 안성마춤인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예를 어떻게 어디에서 배워야 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오늘 내일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방법을 알아본다.
서예에는 한글, 한문, 문인화, 서각, 전각이 있다. 서예를 배우려는 사람은 먼저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를 정해야 한다. 배울 분야를 정했다면 먼저 필방으로 가야 한다. 붓을 먼저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자들이 학교에서 쓰던 문방구에서 산 붓 한 자루를 들고 서예를 공부하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붓으로는 연습이 안 된다.
서예 용구로는 붓이 필요한데 한글과 한문을 쓰는 붓이 다르고 문인화하는 붓이 다르다. 필방에 가서 최하 3만 원 이상은 줘야 붓이 쓸 만하다. 먹은 갈아서 쓰면 좋긴 한데 한 시간 가서 배우는데 먹 가는 데 30분 이상 걸리면 글씨는 언제 배우겠는가?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의논하는 것이 좋으나 처음 배울 때는 먹즙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종이는 화선지를 사더라도 연습지를 사면 된다. 붓, 먹즙, 화선지, 문진 정도만 있으면 일단 배울 준비는 끝난 셈이다.
기본 도구가 준비되었으면 배울 곳을 정해야 한다. 요즈음은 복지회관, 동사무소, 도서관 등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 선생님은 다 실력을 갖추신 분으로 실기 심사를 해서 뽑힌 분들이다. 처음부터 서실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집 옆에 서실이 있는데 집이 가깝다고 갈 것이 아니라 지도하시는 선생님께서 어떤 부분에 잘 지도하는지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서를 전문으로 하시는지 행, 초서를 전문으로 하시는지 알아 보고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번 서실을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보자인데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지도하시는 선생님께서 기초부터 지도를 해 줄 것이다. 한 달 뒤에 당장 작품이라도 해서 누구를 줄 것 같은 기분으로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기초를 차근차근 천천히 익혀야 한다. 진도만 나간다고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애서실에서 후학들을 지도하시던 고 동애(東涯) 소효영 선생님은 첫날 가로획을 쓰게 지도해 주시는데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 차례인 세로획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게 서실에 매일 가서 2시간 이상 연습해서 기본획 긋기를 2달이상 연습하고 합격해야 한 일(一)자부터 배우는데, 항상 기본을 익히게 한 다음 본문을 익히게 하여 단계를 두고 연습을 시키셨다.
논어에 보면 공자께서는 책을 읽을 때 '발분망식(發憤忘食)' 독서에 열중해 밥을 먹는 것조차 잊었다고 했으며, 노년에 주역을 읽으면서 '위편삼절'(韋編三絶)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시간의 훈련이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 서예를 시작했으면 10년 아니면 20년 열심히 하기를 바라면서 모두 훌륭한 서예가가 되어 후세에 큰 족적을 남기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