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명산 갑장산 주변 이야기
상주의 명산 갑장산 주변 이야기
  • 김항진 기자
  • 승인 2019.03.21 18: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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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등산 애호가들의 입소문으로 잘 알려진 명산
[멀리서 본 갑장산]
멀리서 본 갑장산

상주 갑장산은 전국에서 등산 애호가들의 입소문으로 잘 알려진  명산이다.

갑장산은 일명 연악산(淵岳山)이라 부른다. 해발 805.7m로  상주시 지천동․ 낙동면 비룡리에 위치하고 있다. 갑장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고려 충렬왕(재임 1236∼1308)이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군사를 배치하고 이곳을 지나면서 산 동록에 있던 승장사에 잠시 머무를 때 ‘영남 제1의 명산’이라며 십이지간의 으뜸인 갑(甲)자를 붙여 갑장산(甲長山)이라 하였다고 전해온다.(조목수의 차갑장암운시)

露岳山(일명 노음산, 728.5M), 石岳山(일명 천봉산, 435.8M)과 더불어 상산 삼악 중 가장 높고 아름다운 상주의 안산(案山)이다.

갑장산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전설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① 상사암의 첫 번째 이야기

옛날 신라시대 어떤 젊은이가 갑장사에 수도하러 왔는데 그에게는 고향에 사랑하는 처녀가 있었으나 인생의 무상을 느껴 결혼을 포기한 채 입산하였다. 젊은이는 세속을 떠난후 사랑하던 처녀을 잊고 수도에만 정진하였다. 처녀는 이제나 저제나 수도하러간 젊은이를 기다리다 마음의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죽은 처녀의 영혼은 구렁이로 변신하여 살아생전에 애인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갑장사 상사암에서 수도하고 있는 젊은이를 발견하자 구렁이는 그의 몸을 칭칭 감아 버렸다. 수도에 몰두한 젊은이는 처음에는 몰랐다가 몸이 이상해 눈을 뜨자 그 구렁이가 자기가 사랑하던 여인이란 직감이 들었다. 구렁이는 함께 죽어 같이 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젊은이는 수도하는 중이였기에 구령이 말에 현혹되지 않고 더욱 마음을 가다듬어 불경을 외기 시작했다. 얼마 동안 몸을 감고 있던 구렁이는 스르르 몸을 풀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날이 훤이 밝아왔다. 간밤의 번뇌를 씻은 개운한 아침이었다.

젊은이가 무심코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간밤의 구렁이가 절벽아래 떨어져 죽어 있었다. 젊은이는 여인을 위해 기도하며 제사를 지냈다. 이 후로 이 바위를 상사바위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② 상사암의 두 번째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의 일이다.

어느 가을날 이름도 없는 젊은 중 한사람이 갑장사를 수도의 장으로 잡고 왔다. 그때 이 절에는 전부터 이곳에서 수도해 온 젊은 여승이 있었다. 얼굴도 고운 이 여승은 한 겨울 동안 수도에 전념하는 수도승을 위해 모든 시중을 정성껏 하였다. 그러다가 이 여승은 수도승의 늠름한 모습에서 애정을 느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이 여승은 자신의 마음을 억제하며 극기의 나날을 보냈지만 시간을 갈수록 번뇌는 끊일 줄 몰랐다. 겨울이 지나며 서서히 연악산 눈이 녹고 개울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였다. 여승은 그 시간만은 더욱 초초해지고 겨우 몸을 지행할 지경이 되어도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수도승은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떠날 날이 왔다. 수도승이 떠나는 순간에도 차마 무슨 말을 못한 여승은 속으로 다짐하였다. 소복으로 갈아입은 여승은 조용히 상사 바위로 올라갔다. 번뇌에 쌓일 때 면 간간이 찾던 벼랑이었다. 수도승은 벌써 산문을 나서 저만치 멀어저 가고 있었다.

"스님 저를 한번만 보세요” 여승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수도승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여승의 절절한 목소리가 다시 메아리로 돌아오는 순간 수도승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수도승의 눈에 흰 비단치마가 벼랑에서 떨어지고 있음을 보았다. 수도승은 조용히 몸을 돌려 갈길을 갔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염불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무아마타불, 나무아미타불 ~

연악산 갑장사 에서 남쪽으로 70m쯤에 큰 바위가 있는데 높이 약 50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이 바위를 상사 바위라 한다.

③백정암(白丁巖)

갑장사 경내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거대한 기암괴석이 하나 보인다. 이 바위를 백정암 또는 백길 바위라 부른다. 옛날 어떤 노인이 마음을 정제하고 몸을 깨끗이하여 정도를 다해 천일 기도를 마치고 그 벼랑에서 뛰어 내리면 신선이 된다는 말을 듣고 천일기도에 들어 갔다. 그 노인은 많은 역경을 견디며 수도를 하던 중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 벼랑 아래로 떨어 지자니 수도가 부족하여 통곡을 하고 말았다. 그때 마침 백정(白丁)한사람이 고리을 만들 버들을 구하려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산중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백정은 그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 갔다. 무슨 일로 이 산중에서 울고 계십니까? 하고 묻자 노인은 그간 일을 자세히 말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백정은 자신이 노인의 뒤를 이어 수도하고 신선이 되겠다고 작심하였다. 과연 백정은 기한을 다 채우도록 열심히 수도 하였는데 벼랑에서 몸을 날리자 신선이 되어 하늘로 갔다.

이 바위를 그때부터 백정암 또는 백길이나 된다하여 백길암이라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