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생활 주변에 살고 있는 2종류의 ‘마귀’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들 중 ‘사마귀’ 곤충은 먼저 소개를 했고 이번에는 ‘까마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까마귀는 한자어로 오(烏)·효조(孝鳥)·오아(烏鴉)라고도 한다. 몸길이 50cm, 날개길이 32∼38cm이다. 수컷의 겨울깃은 온몸이 검고 보랏빛 광택이 난다. 이마의 깃털은 비늘모양이며 목과 가슴의 깃털은 버들잎 모양이다. 여름깃은 봄에 털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광택을 잃고 갈색을 띤다. 암컷의 빛깔은 수컷과 같으나 크기는 약간 작다. 부리도 검은색이며 부리 가운데까지 부리털이 나 있다. 한국의 전역에 걸쳐 번식하는 텃새다.
평지에서 깊은 산에 이르기까지 도처의 숲에서 번식한다. 번식 기에는 1∼2쌍씩 작은 무리를 지어 지내고 번식을 끝낸 뒤에는 큰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지난 12월 4일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는 도중 충북 영동군의 수확이 끝난 어느 논에 30여 마리의 까마귀들이 서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겨울을 나기위하여 준비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디스플레이(과시) 행동을 할 때는 날개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편 채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울어댄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30cm의 둥지를 튼다.
알을 낳는 시기는 3월 하순∼6월 하순이고, 1년에 한 차례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먹인다. 알을 품는 기간은 19~20일이고 새끼는 부화한 지 30∼3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어미 새와 함께 지낸다. 먹이로는 들쥐·파리·벌·딱정벌레·갑각류 따위를 비롯하여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도 잡아먹고 곡류나 열매도 먹는 잡식성이지만, 번식 기에는 주로 동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번식기인 2∼3월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고 옛 둥지를 다시 수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둥지는 점점 커진다.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고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인데 이 때문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이 생겼다. 또 까마귀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영리해서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일본·사할린섬·쿠릴열도·중국·몽골·아무르·우수리·이란(북동부)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까마귀와 관련된 속설 >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예언을 한다고 믿고 있는데, 《삼국유사》의 〈사금갑조(射琴匣條)〉에 이르기를 488년(신라 소지왕 10)에 까마귀가 왕을 인도하여 궁주(宮主)와 내전에서 향을 사르는 중이 간통하고 있는 것을 찾아내 처단하였다. 이로부터 ‘까마귀 날’과 ‘까마귀 밥’의 관습이 생겼으며 정월 대보름 행사는 까마귀가 궁중의 변괴를 예고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또 삼족오(三足烏;세 발 달린 까마귀)라고 해서 태양의 정기가 뭉쳐서 생긴 신비한 새로도 알려졌다. 〈연오랑세오녀설화(延烏郞細烏女說話)〉도 태양신화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 이름에 까마귀 오(烏)자가 들어 있다.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 세계에 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린 까마귀가 자기 멋대로 외쳐댔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죽어갔다. 이때부터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여기지만 붉은색이나 금색으로 그린 까마귀는 태양과 효도를 뜻한다.
한 해의 운세를 보는데 까마귀를 사용한 예도 있다.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길조(吉鳥), 왼쪽으로 나는 것을 흉조(凶鳥)로 믿었다.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여겨지고 있으나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반면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이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가 신화적 존재로 여겨졌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 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創世神)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한편 까마귀는 시가의 소재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가마괴 저 가마괴 네 어드로 좃차온다/소양전 날빛을 네 혼자 띄였이니/사람은 너만 못한 줄을 홀로 슬허 하노라.”에서 까마귀는 태양의 빛, 즉 임금의 은총을 받는 존재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마귀 깎깎 아모리 운들 임이 가며 낸들 가랴.”에서는 죽음을 알리는 소리로 까마귀 울음이 나타난다.
또 <어사용>이라는 민요는 나무꾼들이 부르는 신세한탄의 내용을 담은 노래인데, 나무꾼들의 신세를 까마귀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이다. 이 밖에도 까마귀는 민요·무가 등 많은 구전시가에서 소재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까마귀는 민가 주변이나 산간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서, 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신령스러운 능력과 죽음이나 질병을 암시하는 불길함의 상징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우리들의 정서에 자리하고 있다.
<까마귀의 색깔이 검게 된 전설>
까마귀는 원래 흰색이었다고 합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의 전령이었지요. 아폴론은 인간이었던 코로니스 공주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신과 인간의 사랑은 코로니스를 불안하게 했고 자신은 늙고 죽을 것인데 신인 아폴론은 영원히 젊지요. 게다가 1년에 몇 번 만나는 신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코로니스는 결국 인간인 이스키스 왕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이것을 지켜본 아폴론의 전령인 까마귀는 어떻게 했을까요?
까마귀는 아폴론에게 가는 도중 또 다른 까마귀를 만납니다. 그 까마귀는 아테나 여신의 전령이었고 원래 흰 까마귀였지요. 아테나의 전령인 까마귀는 아테나 여신에게 어미 없는 아이를 케크롭스 왕의 세 딸에게 맡기고는 상자를 열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셋째가 여신의 말을 거역하고 상자를 열자 뱀과 아기가 있었다. 셋째의 행동을 아테나에게 일러바쳤다. 여신은 마귀에게 신조의 자리를 빼앗고 올빼미를 신조로 삼았다.
아테나의 신조였던 까마귀의 충고를 듣고 아폴론의 까마귀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코로니스에게 머리를 얻어맞았다며 아폴론에게 복수를 하러 갑니다. 신이시여 지금 코로니스는 어느 인간의 왕과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아폴론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화살 하나를 활에 메어 코로니스의 가슴을 향해 화살을 당겼다. 코로니스는 죽으면서 뱃속의 아이이야기를 하고 아폴론은 아기를 꺼내어 케이론에게 맡겼다. 케이론은 아이에게 의술을 모두 전수하였다. 그리고 까마귀에게 저주를 내려 검은 깃털로 바꾸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