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승에게서 음악 줄넘기 노하우 전수 받아
울릉도에서 초.중학교 음악 줄넘기 통합팀 탄생시켜
런던 음악 줄넘기 세계 대회 제패
부임지마다 독특한 음악줄넘기 교육으로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 및 참다운 인성 함양에 최선을 다해 학부모 및 지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이색 교육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3월 1일 자로 구미 황상초등학교에서 성주 초전초등학교로 전근한 김동섭 교장(58)이다.
지난 3월 중순, 본 기자는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초전초등학교를 찾았다. 마침 작업복을 입고 꽃을 심는 김교장을 만났다. 언제 어디서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부지런한 성품 때문에 양복 차림의 근엄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김 교장은 성주가 고향으로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9월 달성군 금포초등학교에 첫 교사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1993년 지금은 폐교가 된 전교생 100여 명의 구미 대방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음악 줄넘기를 지도했다.
2000년 3월에는 무을초등학교 무곡분교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시골학교 분교는 교육 시설이나 가정 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방과 후에는 마땅히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놀이나 교육 내용이 없었다. 따라서 학생들이 나쁜 놀이나 게임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기초체력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를 걱정한 김 교사는 깊은 고민 끝에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방과후 교육으로 음악 줄넘기를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김 교사지만 대학에서 특별히 음악 줄넘기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은 것도 아닌지라 문외한으로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때부터 인터넷이나 서적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차츰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뛰는 음악 줄넘기는 아이들에게 큰 만족을 주었고, 따라하는 아이들의 열정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좀 더 고난도의 기술을 익혀야 재미가 충족될 텐데 더 이상의 기술 연마는 불가능했다. 김 교사는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국내 유명 지도자를 찾아 나섰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각종 채널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국내 유일의 노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김 교사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분이 김 교사를 유일한 제자로 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그 후로도 줄넘기 지도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그후 시골학교 분교에서 교육청 지정 체육연구학교를 운영하여 음악줄넘기를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어 학생들의 줄넘기 실력은 크게 신장되었다. 교육활동 우수사례로 MBC 등 방송에도 소개되었고, 지방 및 전국대회를 비롯한 모든 대회를 석권하였다.
뜻한 바 있어 도서 벽지 교육을 꿈꾸며 울릉도로 근무지를 옮겼다. 저동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본격적인 음악줄넘기 교육을 시작하였다. 무곡 분교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교육 환경인 섬 지방 학생들에게 음악 줄넘기는 샛별 같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결국 학부모 및 지역민들의 우뢰와 같은 호응에 힘입어 초등학생과 중학생 혼합팀을 조직하여 ‘울릉도 줄생줄사’라는 팀이 탄생되었다. ‘줄넘기에 살고 줄넘기에 죽는다.’라는 뜻이 담겼다.
김 교장의 음악줄넘기는 마침내 울릉도 교육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군수를 비롯한 모든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였다. 전국대회에는 학부모들도 현장에 참가하여 응원하였을 정도로 ‘줄생줄사’팀에 거는 기대감이 매우 컸다.
김 교장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으로 아시아대회와 세계대회를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시아대회인 홍콩대회에 참가하여 준우승하였고, 세계대회는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찬란한 불빛 사이로 아름다운 음악 선율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경쾌하게 줄을 돌리고 넘는 아이들의 모습은 천생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 같았다. 관객들은 국적을 초월하여 감동의 환호를 지르며 한참 동안 공연에 빠져 헤어나질 못했다.
대회 결과는 김 교장의 노력과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당시의 광경은 잊을 수가 없다고 김 교장은 말한다. 이것이 진정 애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학생들의 기초체력과 건전한 사회성 함양을 위한 ‘음악 줄넘기’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농어촌지역 아이들에게 ‘우리도 하면 된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김 교장은 2005년 경북교육상, 2006년 신지식인상, 2011년 올해의 스승상 등을 수상하는 큰 영광을 안았다.
정년퇴임을 4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 교장은 초전초등학교에서 마지막 봉사를 꿈꾸고 있다.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을 비롯하여 부실한 교육여건 조성, 성주군청 주관 놀이터 조성 등 교육환경 조성에 대한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에 대하여 몰두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체력 향상과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하여 「다함께, jumprope! 다함께 몸 튼튼! 마음 튼튼!」이란 슬로건의 학교 특색사업으로 ‘음악 줄넘기 520운동’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운영방침은 다음과 같다.
1. 신나고 재미있는 다양한 음악 줄넘기 프로그램 운영(중간놀이 20분간 음악 줄넘기)
2. 줄넘기 급수 인증제 (개인별 줄넘기 급수 카드) 활용
3. 음악 줄넘기 활동 소감 및 생각 말하기
4. 음악 줄넘기 동아리(초전 줄사랑) 조직 운영
마지막으로 퇴임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지금까지 30년간의 음악 줄넘기 지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경북, 대구는 물론 전국의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중간놀이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평생 건강 차원에서 줄넘기 운동을 생활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김동섭 교장의 끊임없는 ‘줄 사랑’ 교육열이 마지막 초전초등학교에서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며 퇴임 후에도 평생을 통하여 터득한 음악 줄넘기 교육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되어 학생들의 기초체력 및 참다운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초임 시절부터 이룬 빛나는 업적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