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년인 2020년에 정부에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토요일인 광복절 다음의 월요일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 언론에서 ‘사흘 연휴…’ 등의 보도가 나가면서 사흘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순위에 올랐다. ‘사흘이면 4일이 아닌가?’, ‘왜 3일인데 사흘’ 등과 같은 글들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면서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 부족부터 시작해서 공교육의 실패까지 언급되는 이른바 ‘사흘 대란’이 일어났다.
한글날은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의식을 높이기 위한 기념일로 10월 9일로 지정되어 1949년도부터 법정 공휴일이 됐다. 그러나 1991년부터 한글날이 일반 기념일로 바뀌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한글학회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3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올해는 한글날이 일요일이라서 10월 10일 월요일이 대체 휴일이 되어 토요일부터 사흘 연휴가 됐다.
이번 한글날에도 어느 일선 초등학교 학급에서 아동의 과반수가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다는 TV 뉴스가 전파를 탔다.
지난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약전골목에서 한방문화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축제 현장을 방문한 본 기자가 한방힐링 코너 접수대에서 “예순일곱 살”이라고 하니 자원봉사학생이 머뭇거려서 “육십칠”이라고 다시 말하니 바로 받아 적었다.
국문학자들은 ‘사흘 대란’은 우리말보다 한자어를 선호하는 습관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하며 평소 ‘사흘’, ‘나흘’과 같은 우리말 수량사에 젊은 세대들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TV 방송에 출연한 전문직 인사나 심지어는 아나운서들도 한자어로 수량을 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셈을 하거나 수량을 말하게 될 때, ‘일, 이, 삼…’과 같은 한자어보다 ‘하나, 둘, 셋,…’, ‘하루, 이틀, 사흘, …’과 같은 우리말을 쓰는 습관을 평소에 기르고 익숙해져야 한다.
시니어가 앞장서서 셈을 하고 물건을 세며 날짜를 꼽는 우리말 사랑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면 젊은이의 문해력 향상뿐만 아니라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구구팔팔일이사(9988124)’는 시니어들의 로망이다.
‘아흔아홉 살까지 여든여덟 살처럼 살다가 하루 이틀 만에 죽는’ 복노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말과 글을 쓰는 노력과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