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혜남(1959∼)은 국립병원 정신분석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80만 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비롯한 10여 권의 책을 펴 내 백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으며, 두 아이의 엄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던 중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청천벽력같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는 투병 생활 가운데도 진료와 강의를 계속하고, 육아의 와중에도 저술 활동을 계속했다. 나날이 굳어지는 육체의 고통 속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지탱해 오다가 파킨슨병이 악화되어 2014년에 병원 문을 닫았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도에 펴낸 저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10만 부 돌파를 기념하여 펴낸 수필집이다.
책의 제목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저자가 좋아하는 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나딘 스테어(Nadine Stair) 할머니의 시에서 가져왔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중략-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딘 스테어
저자는 책 속에서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삶의 비결과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아온 이유를 전하고 있다.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가까운 사람일수록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와 같이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그렇지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버틴다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그것이 굴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없이 순종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 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본문 p 205.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욕 실컷 하기’, ‘남편과 무인도에 들어가 일주일 지내기’, 등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소개하면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을 조용히 전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서 머리맡에 두고 좋은 차를 마시듯 한 모금씩 읽고 음미할 만한 책이다.
- 지은이 김혜남
- 펴낸 곳 메이븐
- 펴낸 날 2022년 11월 11일
- 값 17,200원
- 페이지 2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