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경남 제1호 지방정원인 거창 창포원에 불두화(佛頭花)가 만발하여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불두화는 유난히 하얗고 공 같아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이르킨다. 바로 부처님의 동그랗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꽃이다. 꽃의 생김새도 부처와 관련이 있지만 꽃이 피는 시기도 부처님 오신날을 즈음한 때에 만발해 더욱 신비롭다.
불두화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키작은 나무로 다 자라도 3m를 넘지 않는다. 처음 꽃이 필 때는 연두빛 이었다가 만개시에는 눈부시게 하얗고, 꽃이 질 무렵에는 연보랏빛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불두화의 또 다른 이름은 '수국백당'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국과 백당나무는 닮았다. 꽃을 보면 수국인데 꽃을 제외하고는 거의 백당나무와 구별하기 어렵다. 범의귀과인 수국과 완전 다른데도 꽃 모양은 비슷하여 불두화를 보고 수국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인동과의 백당나무는 우리나라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로 백당나무의 꽃은 황록색의 자잘한 꽃 수십 개를 가운데 두고, 동전만한 하얀 꽃이 황록색 꽃을 에워싸고 있다. 자잘한 꽃이 진짜 꽃 유성화이고, 둘러싼 하얀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는 무성화로 헛꽃이라고도 부른다.
불두화의 전설을 살펴보면, '옛날 어느 부두가에 한 노인이 주막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이웃돕기를 좋아해서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데 정성을 쏟았다. 어느 날 노인은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주막의 문을 열었는데, 누더기를 입은 한 남자가 주막으로 들어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행색을 보아 밥 값을 낼 처지가 아닌 듯 했지만 노인은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했다. 남자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음식을 먹고는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노인은 괜찮다고 하였지만 남자는 공짜 밥은 없다면서 노인의 손주가 종기로 크게 아플것 같다며 그 때 앞산에 있는 절 뒤 숲으로 저를 찾아 오면 아이의 병을 낫게 해 주겠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그의 말대로 아이가 아파 숲으로 찾아가니 어떤 나무에 흰꽃이 가득 피어 있는게 아닌가. 꽃을 자세히 보니 그 남자를 닮은 듯 했다. 노인은 그 나무의 잎과 꽃을 따서 아이에게 먹여 병을 고쳤다'는 설화이다. 그 나무가 바로 불두화이다.
곧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온다. 부처와 함께 연상되는 불두화, 아름다운 전설이 있어 더욱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