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을 살린 앞산의 은적사를 찾아서
왕건을 살린 앞산의 은적사를 찾아서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3.10.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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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사 전경. 안영선 기자

은적사는 대구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앞산의 큰골에 있는 제9교구 동화사의 말사다. 앞산의 본래 이름은 성불산인데 은적사는 명당에 자리 잡고 있어 불자들의 기도처가 되고 등산객들이 쉬어 가는 열린 공간으로 쉼터의 역할을 하기에 시민들이 붐비고 있다.  

은적사는 926년 신라 경애왕 3년에 창건 되었으나, 1644년 취감스님이 중창하고, 1947년 해응스님과 1978년 중건스님이 중건 중수한 유서깊은 사찰로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 때는 후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신라 마지막 경애왕은 후백제의 침략을 받아 고려 왕건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구원병을 이끌고 달구벌에 입성한 왕건은 공산전투에서 견훤의 군대에게 포위되어 전멸의 위기에 처했다. 이때 부하 신숭겸의 지략으로 구사일생 피신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은적사 대웅전 오른쪽 대나무 숲에 있는 자연 동굴이다. 왕건은 동굴에서 삼일간 숨어 지내다가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는데, 때마침 짙은 안개로 자취를 찾기 힘들었고 거미들이 굴 입구에 줄을 쳐 주었기 때문에 거미줄이 있는 걸 보니 사람은 없다고 적들이 돌아가 살게 되었다. 그 뒤에 후삼국을 통일하고 왕위에 오른 왕건은 자신이 숨어 있을 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그곳을 당시의 고승 영조대사에게 명하여 '숨을 은' '자취 적' 자를 따서 은적사라는 절을 짓게 하였다. 은적사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왕건이 몸을 숨겼던 굴은 은적굴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도 은적사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건강을 기원하며  쾌유를 빌고 소원성취의 기도처로 알려져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속 산중 절이라 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고요하고 정갈한 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