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길조에서 유해 조류가 되다
까치, 길조에서 유해 조류가 되다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4.08.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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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까치하면 무엇이 생각납니까? 어르신들은 대부분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길조,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준다는 까치,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윤극영의 설날 노래 등이 겠지요. 이들은 모두 길조로 환영을 받고 기다리는 까치였다. 이런 까치가 제주도에서는 흉조 취급을 받고 있다. 육지에서도 환경부 지정 유해 야생조류이자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1989년 당시 제주도에는 길조인 까치가 없었다. 1989년은 '아시아나항공' 취항 1주년이고 '일간스포츠' 창간 20 주년을 맞아 두 회사는 전국 각지에서 까치 46마리를 포획하여 비행기에 싣고가 방사했다. 철새가 아닌 까치는 오래 날지 못해 바다를 건너는건 어렵다고 판단해 길조인 까치 소리를 제주도에서도 들을수 있게 배려한 일이다. 제주 도민들도 환영했다. 지금은 어떤가? 15년 만에 수십만 마리로 번식한 까치는 농작물 피해, 까치 집으로 인한 정전, 비행기 이착륙의 방해 주범으로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고 제주도민의 골칫거리가 됐다

까치는 잡식성이라 쥐 같은 작은 동물뿐 아니라 곤충, 나무 열매, 과일, 감자, 당근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봄,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 먹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사과, 배, 포도, 딸기 등 농작물 중 맛좋은 것만 가려서 쪼아 먹기도 하고 비닐하우스에 구멍을 뚫기도 하여 경제적 피해도 준다. 또 전봇대 배전반 등에 나뭇가지와 철사등을 물어와 둥지를 지어, 합선에 의한 정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제주도의 정전 피해액만 연간 1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제주도 까치는 천적이 없다. 떼를지어 몰려 다니면서 자기보다 몸집이 큰 맹금류를 공격해 쫓아내고  알을 훔쳐 먹기도 하고 파충류를 잡아먹기도 하며 작은 새들을 공격하는 조폭이다.

제주도에서는 까치가 독수리를 이긴다고 한다. 독수리 한 마리에 까치 여러마리가 떼를지어 공격하기 때문에 까마귀와 독수리 개체가 불어나지 못한다. 제주도에 까치는 약 20만 마리 정도로 추정하는데, 2000년 까지를 유해 야생조류로 지정한데 이어 2005년에는 수렵 동물로 고시했다. 이에 제주도에서 한해 2만마리 이상을 포획하는데, 한 마리당 5000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까치가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9년부터 까치 알을 제거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까치는 영리해서 조류퇴치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농민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고의로 새로운 지역으로 생물을 옮기는 것은 해당지역의 재래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경고한다. 황소개구리, 부루길, 배스 등은 자리를 옮겨서 문제를 일으킨 예다. 한번 쏟은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듯 한번 유입된 생태게 교란종은 회수나 소멸은 어렵다. 따라서 타 지역의 생물을 옮기는 것은 신중을 기하고 방지해야 한다. 독도에 집 쥐가 살고 있듯, 제주도에도 까치가 스스로 날아 갔을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