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두산 가는 날이다. 새벽 4시, 아직 밖은 어둠이 짙어 피아식별이 어려운 시간이다. 서둘러 10시까지 셔틀버스장까지 가야만 했다.
백두산 등정은 하루 2만명 예약제로 운행하고 있었다. 백두산 오르는 길은 북파, 서파, 남파, 동파 코스가 있다. 동파는 북한에서 오를 수 있다. 우리는 많이 걷지 않는 북파 코스로 간다고 했다. 아침은 버스 안에서 준비된 빵과 우유와 음료로 해결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 중간에는 백두산 관광객들에게 의존하는 도시 이도백하를 지나서 5시간 30분 만에 셔틀버스 타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는 해발 1,500m이다.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긴 줄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탔다. 10여 분 뒤 꿈에 그리던 백두산이 보인다.
백두산(白頭山)!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성산(聖山)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한반도 사람은 누구나 가보고 싶은 산이다. 최고봉은 장군봉으로 해발2,750m이다. 중국과 국경을 이룬다. 북동에서 남서 방향의 창바이 산맥과 북서에서 남동 방향의 마천령 산맥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화산이다. 백두산의 중앙부에는 천지가 있으며, 그 주변에는 해발고도 2,500m 이상의 회백색 봉우리 16개가 천지를 둘러싸고 있다. 이 가운데 6개 봉우리는 북한에 속하며, 7개는 중국에 속하고, 3개는 국경에 걸쳐 있다. 946년의 대분화 이후 세 번의 분화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부른다.
셔틀버스를 타고 20여 분 후 지프차를 타는 곳에 도착했다. 이 곳도 인산인해다. 모든 관광객이 파카, 오리털 잠바 등 겨울철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정상은 많이 춥다고 했다. 또 긴 줄을 기다려 10인승 지프차(130대가 넘는다)에 승차했다.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좁은 도로를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처럼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오른다. 아찔하고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차창 밖은 푸르고 광활한 대지는 눈 아래 저 멀리 보이고 나무와 숲이 보이지 않는다. 20여 분을 정신없이 올라 꿈에도 가고픈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다.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은 심하게 불지 않았다.
백두산 천지. 해발 2,190m, 면적 9.165㎢, 둘레 14.4㎞, 평균수심 213.3m, 최대깊이 384m이다. 화산 활동에 의한 칼데라호로 장군봉, 망천후, 백운봉, 청석봉 등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일대에 구름과 안개가 자주 끼며,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온다. 이런 연유로 '백 번 올라가서 두 번 천지를 본다'고 백두산이라 부르며, 많은 관광객이 천지를 못 보아서 천지를 보지 못한 사람이 '천지 삐까리'라는 말도 있다. 또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운좋게 천지의 속살을 보았다. 눈 덮힌 천지 주위의 봉우리와 얼어붙은 천지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살을 에는 듯 했다. 모진 추위에도 천지를 보는 순간 모두 환호성과 함께 들뜬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 호숫물은 장백(비룡)폭포로 흐르며 얼다오바이허 강으로 흘러간다. 천지로 오르는 길에는 노오란 만병초가 지천에 피어 있었다.
연초록의 천년 숲 녹연담의 쌍폭포를 구경하고 장백폭포로 향했다.
장백폭포 가는 길에는 땅에서 수증기와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고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온천지대를 만난다. 83℃의 온천수에서 삶은 달갈과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1km 올라가면 장백폭포가 있다. 올라가는 길 원쪽에는 뜨거운 물이, 오른쪽에는 차가운 물이 흘러내리는 신기한 곳이다.
장백 폭포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같다 하여 비룡 폭포라고도 부른다. 천지 북쪽의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에서 흘러내린 물이 68m 높이의 장대한 폭포를 이루어 수직 암벽을 때리면서 힘차게 떨어진다. 이 물이 바로 쑹화강으로 흘러간다. 높은 지대임에도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송강하에서 자고 내일은 긴 시간(버스 12시간, 비행기 2시간)을 버스, 비행기를 타고 귀가한다. 상하이 여행은 '도리도리 관광', 베이징 여행은 '도보 관광', 백두산 여행은 '엉덩이 관광'이란 말이 있듯이 많은 시간을 버스를 타서 다소 피곤했지만 뜻 깊고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함께한 대구녹색사관학교(교장 조선희) 일행과 3일 동안 친절하게 안내해 준 가이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