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14%, 한국 최고
소득 없어 병원 가기 부담돼
노년기 전 미리 대책 세워야
“젊은 시절 대구로 나와 중동 건설경기 좋을 때 미장공으로 해외로 나가 돈을 좀 모아 작은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보증을 잘못서 모두 날렸습니다. 막내딸 건강이 나빠 외손녀 둘과 작은 빌라에서 여섯 식구가 살다보니 1개월에 20Kg 쌀 2포대를 먹습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40만원 가량과 노령연금, 아내의 국민연금, 둘째 딸이 조금씩 보태는 돈으로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지출하니 살림살이 빠듯합니다. 곧 재개발로 빌라도 비워줘야 할 처지입니다” 일주일에 2, 3회 아침에 아파트 경로당 청소를 하는 70대 후반 가장의 하소연이다.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힘겹게 파지를 잔뜩 실은 손수레로 파지를 팔고 나오는 할머니는 “이틀간 부지런히 모은 파지를 1Kg당 40원에 팔고 8천원을 받았다”며 “파지 값도 자꾸 떨어지고 늙어서 일할 곳도 없으니 이것도 돈이 된다고 주위에 종이박스를 줍는 사람들이 늘어나 점점 힘들어 지고 날씨가 추워져 걱정이다”며 마스크 사이로 하얀 입김을 내며 한숨을 쉰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약 47%(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자이다. 반면 OECD 국가 전체 평균 빈곤율은 평균 14%수준이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9’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년(남성 79.7년, 여성 82.7년). OECD 평균 80.7년보다 2년 길다.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인부양비, 노령화 지수가 당연히 높아지지만, 정작 노인 개개인의 노후 대비는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부모 봉양, 자녀 결혼과 학업 등 뒷바라지에 바빠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파트, 동네, 농촌 경로당을 방문하여 60대에서 90대까지 (남자 23명, 여자 32명) 55명을 대상으로 면담 설문 결과 매월 노령연금이 주 소득이라는 응답자는 1명을 제외한 54명(98%)이다. 월 생활비 등 필요금액은 50만~100만원이 25명(45%)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농촌과 힘든 일을 제외하고 50명(91%)이 없다고 답했다. 병원비의 경우, 별도 소득이 없어 CT, MRI 등 각종 검사비와 약값이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건강과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노후대책 부족이 공통적인 대답이었다.
급속한 고령화에 비해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수령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며 수령 금액 또한 100만원 이하이다. 사회보장이 강한 기초연금(노령연금)제도도 금액이 적고 소득이나 타 연금,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있는 경우 감액이나 지급되지 않아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다.
기초연금의 지급 금액은 일반수급자에게 월 최대 25만3천750원,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기초연금 수급자인 저소득수급자에게는 월 최대 30만원이다.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되는 돈이지만 절대 금액은 많지 않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복지분야 예산을 늘리고 대상자 관리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맞춤형복지팀과 사회보장협의체, 복지지킴이 적극적 활동으로 과거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 좀 더 활성화 되었으나 이웃 간의 교류단절로 여전히 고립된 가구가 있다.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은 “소수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구의 발굴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계신 분을 발견했더라도 경증 치매 등 이상이 있는 경우 접근과 소통의 어려운 점이 있다. 또 행정복지센터, 정신보건센터, 노인복지기관 등의 방문을 꺼려하는 경우와 자녀의 부양능력으로 기초수급자 선정(주거급여 제외) 등에 힘든 점이 있다”며 “주민 중심으로 촘촘한 지역 망이 갖춰져야 하고, 통(이)장과 이웃주민들의 제보나 관심이 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각지대로 발굴된 노인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노인들의 경우 기초수급자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도움을 주거나 가족과의 연락을 통해 보호가 필요함을 안내, 적절한 개입 효과로 가족 돌봄이 가능하도록 서로 협력해야한다.
변순남 대구 북구 노원동 새마을부녀회장은 “1주일에 한번 무료급식을 할 때 다른 동네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겨울에는 무료 급식을 할 수 있는 실내 공간마련이 시급하다”며 “우리주변에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노년기로 다가오는 세대는 지금부터 스스로 노후 준비를 점검하여 보다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현실로 다가온 세대를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