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공검면 예주마을(이장 민경수)은 매년 4월 중순 특이한 고사를 올리는 전통이 내려오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맘때가 되면 마을 부역으로 수리시설인 양수장을 청소하며 한해 풍년을 기원하고, 양수장을 처음 운전하기 전에 이 마을의 한 인물을 위해 특별히 예를 다해 고사를 지낸다.
올해도 지난 4월 20일 주민들은 한해 풍년과 마을 안녕을 빌며 고사를 지냈다.
예주마을은 수량이 풍부한 낙동강 지류 이안천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이안천의 둑이 높아 예전부터 주민들은 농사철 물대기가 여간 고생스럽지 않았다. 가뭄이 계속되어 이안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마을 앞 논밭으로 물을 끌어올 수가 없었다. 마을에 따로이 수리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즈음 마을 주민 고 민병선 씨가 나섰다. 1975년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민 씨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수리시설 개선을 위해 사비를 털어 양수장을 설치했다. 그리고 예주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양수장을 이용해 이안천의 물을 끌어 올려 농사를 짓고 있다.
주민들은 “이안천의 수량이 풍부하지만 양수장이 없어 농업용수로 활용하기가 힘들었다”며 "고인의 헌신과 봉사로 물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부터 주민들은 민 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매년 4월 중순이면 부역을 통해 수리시설을 청소하고 양수장에 모여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며 고인의 덕에 감사했다. 故민병선 씨는 현재 예주마을 이장인 민경수 씨의 조부이다.
예주마을 행사에 참석한 공검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부역을 하고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마을 전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이런 아름다운 전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