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 정동주
ㅡ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배운 여성 성리학자ㅡ
"세상의 아픔을 낫게 해주는 향기가 되어라''
이 책은 시대를 원망하지 않고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며 나눔과 사랑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장계향의 일생을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재조명했다.
장계향은 경북 안동에서 퇴계학통을 이은 경당 장흥효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남편인 이시명과 아들에게로 다시 영남학파의 정통성을 이어가며 셋째아들 갈암 이현일이 이조판서에 오르면서 정부인 품계를 받아 정부인 안동장씨로 불렸다.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시 서화에 탁월했고 자식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초서체의 학발 시 등 많은 시를 남기는 등 빼어난 시인, 화가, 서예가였다. 4세 때 이미 천자문을 문밖에서 듣고 따라 외울정도로 천재적인 암기력과 타고난 재능을 지녔던 분이다.
그 당시 이미 성인들의 생각을 통달한 장계향의 첫 시, '성인음'은 ''성인이 살던 때에 나지 않아서 성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성인의 말씀을 들을 수 가 있으니 성인의 마음은 볼 수가 있네...'' 그때 이미 통찰력과 여성스러움, 감성, 고민 등 여러 대목에서 드러나는것 처럼 똑똑한 딸이 그 당시를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아버지의 깊은 고민도 드러난다.
특히 재주보다 선행을 강조한 자녀교육자이며, 애민사상 실천 등 나누면서 지혜를 얻는 방법이 모두 행복해지는 법이라 여겼다. 전쟁과 흉년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시대에 얻어먹는 사람의 마음도 다치게 하지 않고 도토리를 말려 죽을 쑤어 나누는 등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다.여성인데 '군자' 칭호를 들을 만치 대학자가 된것은 아마 인간을 읽어서 일것이다. 10명의 자녀를 길러내면서 책을 쓰고 83세 장수까지 집안엔 만권당이라는 도서관이 있고 양반사대부이자 만석꾼집안에서 황무지를 개척하고 100여 명의 노비에게 땅을 줘버리고 조상의 재산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결단엔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스스로 선택한 검소한 삶을 실천한 분!
그 당시 가장 이상적인 빈민구제사업인 '나눔'을 했으며 군자적 삶을 살았던 분, 우리시대가 기억해야 할 조선의 어머니요, 이것이 바로 요즘 우리사회의 베품과 나눔인 공유경제이며 바른 복지정책이 아닐까?
그녀는 죽음을 몇 해 앞두고 최초의 한글로 기록한 음식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완성했다. 나이 70이 넘어 마지막 봉사로 '중용'과 '춘추좌전'을 응용하여 후손을 위해 쓴 책 '음식디미방'은 17세기 우리나라 식생활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의미를 지녔으며 특히 조선의 정체성을 잘 담은 맛의 철학을 음식으로 풀어낸 매우 특별한 문화유산이다.
<음식디미방>을 쓰게 된 마음 밑바탕에도 교육과 애민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 그래서 내가 고초를 겪는 일이 생긴다 해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냥 요리서라기보다 세상의 이치와 '먹은 값을 하는 자가 드물다' 는 그 당시 지식인들을 나무라는 뜻도 음식 속에 살짝 감춰져 있다.
음식 쪽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음식레시피인 '음식디미방'은 지금도 전 세계 여성들에게 소개되고 있으며 그녀의 바램대로 우리고유의 맛과 품격이 사라지지 않고 3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녀가 늦게까지 살았던 경북 영양군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떠올랐고 지금도 안동 영덕을 거쳐 영양, 경북상징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 여성인물로 현시대와 접목하여 곳곳에서 교육과 강의가 열리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사업도 추진 중이라 한다.
영남의 신사임당이라 일컬어지며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시대 대표적 여성인물로 각계에서 그녀를 재조명하는 요즘, 장계향 같은 분이 바로 창의성과 감성. 협력을 다 갖춘 4차산업사회에 걸 맞는 인물이 아닐까. 시대가 완전히 바뀐 현시대에서도 진정한 조선의 큰어머니로 추대되는 이유 같기도 하다.
여인의 삶을 살아내기도 벅찼을 시기에 평생을 바쳐 학문을 닦고 실천했기에 여성군자로 불려진 장씨부인, 어려운 세상일수록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라, 올바른 인재를 길러내라며 자식모두를 벼슬과는 멀리하게 했던 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
현대여성의 모델로도 많은 각광을 받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의문과 더불어 가치 있는 삶의 지표를 던져주는 분, 나눔과 사랑을 통해 조화로운 삶을 추구했던 분, 시공을 넘어 우리에게 온, 조선의 위대한 여성으로 불리어지고도 남을 이름, 깨달음을 준 장계향 여중군자님께 존경을 드리며 코로나19로 어지럽고 이 풍진세상 5월 어버이주일에, 그분의 철학을 등불로 삼으며 그분이 지은 '경신음(敬身吟)'을 바친다
敬身吟(경신음)
身是父母身(신시부모신)
이 몸은 부모님께서 낳으신 몸이니
敢不敬此身(감불경차신)
감히 이 몸을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此身如可辱(차신여가욕)
이 몸을 만약 욕되게 한다면
乃是辱親身(내시욕친신)
이는 곧 어버이의 몸을 욕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