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대나무 숲길
닭 울음소리와 함께 나선 바닷가 마을이 한적하다. 땅만 쳐다보는 트라이시클 기사는 삶이 힘겨운 모양이다. 골목 안을 돌아 마주한 아침 바다는 조용한 동네와는 달리 분주하다. 일하러 가기 위해 바다를 걸어가는 아낙네가 부산하고 떠 있는 배들이 바쁘다. 집 나선 엄마보다 '게' 잡는데 몰두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천진스럽다. 해가 뜬다. 야자수 위로 황금빛 해가 뜬다. 어젯밤 화려했을 식당 간판은 외로이 떠 있는 조각배와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맞이한다.
반타얀의 남서쪽에 있는 오봅 맹그로브 공원(Oboob Mangrove Garden)은 반타얀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반드시 찾는 곳이다. 필리핀 영화 ‘ Camp Sawi’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이곳은 성수기 땐 입구부터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혼잡하다고 한다.
맹그로브 숲 속으로 난 대나무 다리를 따라 거닐며 놀랍게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곳이다. 있는 그대로, 느림의 철학이 필요한 여행지이다. 걸으며 맹그로브의 삶을 느끼고 하늘빛 바다와 어우러진 맹그로브 숲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길에서 만난 질풍노도 아이들의 다이빙 놀이는 감추어진 필리핀의 참모습을 보는 듯하다. 우리네처럼 변변한 피시방 같은 놀이터도 없다. 비좁은 방에 있기는 더욱더 싫은 모양이다. 부모들의 삶을 통해 보이는 자신들의 미래에 화가 치밀었는지 온갖 묘기를 펼치며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화를 삭인다. 말을 붙였을 때의 삐딱한 모습은 우리의 청소년과 다르지 않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물뱀을 잡아 장난까지 걸어온다. ‘젊음은 원래 아픈 거란다. 어느 곳이든 너희 때는 다 그런 것이다.’
늦은 오후 바닷가 바(Bar)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편안하다. 수평선을 넘어가는 해를 따라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회색빛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내밀고는 금세 수줍어 빨개진다. 황금빛 맥주 거품 사이로 지나는 구릿빛 비키니 여인네가 멋지다. 주변의 남자들은 웃통을 벗은 채 술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며 즐기지만, 우리는 반바지에 윗옷을 입은 정장(?) 차림이다. 훌렁 벗지 못하는 조선의 선비 꼴이 어색하다. 어둠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바닷가 카페의 불빛은 오늘도 화려하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