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2020년 '시니어 매일' 제2기 기자합격 소식을 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거실에는 달력 한장만이 덩그라니 남았다. 유래없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온 세상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너나없이 정신없고 힘든 한 해였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새내기 기자는 겁없이 전국을 누비며 다사다난했다. 각계각층에 종사하는 취재원들을 만나면서 나라를 걱정하고, 지역의 감염을 우려하며, 실의에 빠진 이웃을 위로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취재 수첩을 들여다 보니 한해의 기록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남구의 '신천지교회'는 기자의 자택에서 가까운 곳이다. 신천지교회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여파로 인근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당시 기자는 대명역 취재를 위해 대합실을 찾았다. 1호선 지하철 대명역은 매일 소독을 하는데도 사람들은 발길을 뚝 끊었다. 가까운 대명역을 이용해야 할 사람들도 멀리 돌아서 한 정류장 떨어진 안지랑역이나 성당못역을 이용했다. 횅한 역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니어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마스크를 끼고, 인적이 뜸한 대명역을 이용하며 손수 키운 채소를 팔러 가는 그녀의 씩씩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어수선한 시국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채소를 모두 팔아 손주에게 과자를 한아름을 사주겠다던 그녀의 멋진 모습이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또한 담장없는 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코로나로 우울한 이웃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꽃씨를 받아 희망을 나누어 주던 사람들, 대구 두류공원 광장에서 저소득층 소외된 어르신 수 백명에게 '무료급식나누기'를 위해 봉사자들은 자신의 일을 잠시 멈추고, 한여름 땡볕에 비지땀을 흘렸다.
코로나19,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인도 성직자도 아니었다. 대구의 참혹한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신혼 1년차 간호사, 잠 잘 곳이 없어 장례식장에서 잠든다던 겁 없던 의료진들, 그들에게 따뜻한 더치커피를 캔에 담아 전달하던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에서 살 맛나는 세상을 보았다.
어느 해 보다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연말이다. 작은 돌쩌귀가 문을 움직이듯, 힘들고 지친 이웃들에게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2021년 신축년 새해에는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을 수 있는 희망의 이야기들로 더욱 풍요로워 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