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 특별히 만나고 싶어서 찾아가면 보이지가 않는 경우가 많다. 봄이 시작되는 3월에는 봄꽃들이 아주 천천히 오는가 싶다가도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면 달음박질을 해도 쫒아가지 못할 정도로 빨리 왔다가 가버린다. 그래서 봄꽃들을 차분히 만나고 싶으면 그나마 4월이 최고로 좋은 달이다.
마을 언덕배기에서 몇 포기 본 현호색을 찾으러 앞산으로 갔다. 그런데 찾는 것은 보이지 않고 큰개별꽃만 등산로 주변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큰개별꽃은 하늘에 있는 별을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하얀 별을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꽃말도 '은하수'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 같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은하수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마치 우리 눈에는 은빛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이 보여서 그렇게 부른다. 우리가 시골로 다시 들어와서 바라보았던 은하수도 좋았지만, 사춘기 시절에 설렘과 호기심으로 뒷동산에서 바라보았던 은하수가 최고로 기억이 남는다. 꿈과 사랑이 넘치던 그 시절에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평생 잊히지 않는다. 그때 빛이라고는 하늘의 별빛뿐이어서인지도 모른다.
은하수에 있는 별들 중에는 지구보다 수천 배나 크면서 대단히 밝은 별도 있고, 다른 별의 빛을 받아야만 겨우 반사되는 별도 있다. 그런데도 그 많은 별들 중에서 특별하고 유난하게 반짝이는 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수많은 별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강물이 되어 은은히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황홀했다. 그때의 그 기분은 아니지만 은하수라는 꽃말을 가진 큰개별꽃을 만나니 지난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서 참 좋았다. 인연이라는 것은 관심을 가질 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예쁜 꽃을 보고도 휑하니 가버리는 사람이 있고,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오늘, 가던 길을 멈추고 하얗게 피어난 작은 별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