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등산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데 의미를 두고 모인 수금회(水金會)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갓바위를 오른다.
우리 모임은 처음에는 각 분야에서 퇴직한 20명 정도의 회원이 있었지만 그동안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찍 돌아가신 분, 이사 가신 분, 병원이나 요양원 생활을 하는 분들로 인해 회원이 줄어 현재는 종친들을 중심한 5명이 남아 겨우 회의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다.
남은 회원 5명은 모두가 교육계에서 은퇴한 교육학자들로서 80대 후반인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90대 노장들이다. 개인별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성적으로 꼭 참가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절이 많아 기도 목적으로 등산하는 불자들도 많이 오지만 우리처럼 불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등산 오는 사람도 많다.
갓바위는 행정구역으로는 대구광역시 동구에 속해 있으면서 실재 지적은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 44로 되어있다. 그래서 대구지역에서는 팔공산 대구 갓바위라 부르고, 경북 경산 지역에서는 팔공산 경산 갓바위 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갓바위 정상가는 등산길도 대구 쪽에서 가는 길과 경산 쪽에서 가는 두 길이 있다. 두 길 중 경산 쪽 길이 등산하기에 좀 수월하다고 하지만 우리 모임은 대구 쪽 길로 등산하고 있다.
원래 팔공산은 대구, 경산, 군위, 영천, 4개 시‧군에 걸쳐있는 해발 1192m의 높은 산으로 신라시대에는 부악(父嶽)으로 알려진 명산이다. 또한 팔공산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서 동화사, 은해사, 파계사, 송림사, 관봉석조여래좌상(갓바위)을 비롯하여 원효사, 천성사, 불굴사 등 신라 고찰과 문화유산이 산재되어 있다. 그리고 기암과 계곡이 있어 봄에는 진달래, 연산홍 꽃이 피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며,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거리가 순환도로를 따라 전개되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겨울에는 설경과 설화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팔공산은 연중 볼거리가 풍부하여 탐방객이 끊이지 않은 명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팔공산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팔공산이란 이름의 어원은 후삼국시대에 견훤이 신라를 공격할 때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5,0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신라를 도와주러 출병했는데 공산(公山) 동수에서 견훤을 만나 포위를 당하였다. 그 때 신숭겸(申崇謙) 장군이 태조로 가장하여 수레를 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전사함으로써 태조가 겨우 목숨을 구하였다. 당시에 신숭겸과 김락 등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하여 팔공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대구 봉무동 파군재 삼거리에는 후손들이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숭겸 장군의 동상이 있다.
팔공산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영험의 상징으로 불리는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가 있기 때문이다. 해발 850m에 있는 이 좌 불상은 5.5m 높이로 머리에 갓을 쓰고 있는 형상의 석좌불상으로서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소망을 기원한다.
주차장에서 갓바위 등산로는 관봉 정상까지 2km 구간이다.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없고 오르막만 있어서 등산이 처음인 사람은 조금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약 1km 까지는 약간 오르막이지만 길 폭이 넓고 평평한 편이여서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산을 오르면서 모두는 숲속에서 뿜어 나온 맑은 공기를 흔 뿍 마시면서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발 거름을 내 디뎌간다. 나는 이 모임에 참가한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른 분들은 20년 이상 계속 갓바위 등산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건강하게 단련된 몸으로 마치 젊은 사람이 걷는 것처럼 힘든 기색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올라가는 모습은 정말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 적은 나는 등산경력의 차이라 그런지 항상 뒤처져 힘들게 따라 올라가는 꼴이다. 등산길은 각종의 높은 나무들로 숲 터널을 이루고 있어 여름이면 그늘진 길을 시원하게 갈 수 있고, 특히 가을이면 붉게 물든 빨간 단풍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풍경은 가을의 깊은 정치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곳은 4계절 내내 그에 맞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등산길은 약간 오르막길이지만 중간거리에 있는 관암사(冠巖寺)까지는 사찰의 차들도 다닐 수 있는 넓은 비포장 길로서 중간 중간 시멘트 임도로 되어있어 걷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리고 길 양쪽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과 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 힘에 부칠 때는 쉬어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여기저기 앉아 쉬면서 챙겨온 물과 간식을 먹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도 1km 정도 떨어진 관암사까지 오르면서 두 곳에서 10분 정도씩 쉬었다 간다. 첫 번째 쉬는 곳을 제1휴게소, 두 번째 쉬는 곳을 제2휴게소라 우리 나름대로 이름 지어놓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