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부레옥잠꽃
[야생화이야기] 부레옥잠꽃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8.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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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방점을 찍는 꽃

부레옥잠을 그림으로 처음 만났던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 이 식물은 공기주머니가 있어 물속에서도 둥둥 떠다니며 살아간다고 누군가 나에게 설명하였다. 무릇 식물이란 물속에서나 물밖에서나 뿌리를 땅속에 박아야만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떠다니며 살아가는 식물의 존재는 경이로웠고 깊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알고 보니 생육이 왕성하고 번식능력도 탁월해 저수지나 연못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눈에 띄는 흔한 수중식물이었다. 수년 전 베트남 여행 중에 강가에 끝도 없이 펼쳐진 부레옥잠을 보고 열대성 식물의 위력을 실감했다.

부레라는 생물학적인 특징에다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화려한 비녀를 닮아 옥잠이란 이름을 얻어서 부레옥잠이 되었으니 누가 작명했는지 참 절묘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레옥잠의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지만 저녁이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리는 꽃의 짧디짧은 일생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꽃말이 ‘조용한 사랑’인가.

초등학생 손자가 부레옥잠을 길러서 관찰일지를 써야 한다며 대야에다 부레옥잠을 담가 놓았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식물 하나가 식구가 되어 곁에 왔다.

손자에게 일렀다. 이 아이는 햇빛과 물을 좋아하니 자주자주 물을 갈아주고 관심과 사랑으로 기른다면 그 대가가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