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바위에 새긴 사랑, 상주 신앙고백비
[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바위에 새긴 사랑, 상주 신앙고백비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1.11.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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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유일한 신앙고백비가 서 있는 곳이 있다.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 삼괴 2리 안골짝에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그 다짐을 한 자 한 자 새겨 나간 바위가 있다. 천주와 교황과 주교와 신부와 교우를 위한 기도를 바위에 새긴 사람은 누구일까?

신앙고백비가 세워진 석단산 아래, 삼괴2리 마을에는 1866년 병인박해 이전부터 김복운(金福云)의 아들 4형제가 열심히 천주교를 믿었다. 그중 차남인 삼록(三錄, 도미니코, 1843~1935)은 특히 신앙심이 깊었다.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다른 형제들은 모두 두려워 신앙을 버렸으나, 김삼록은 끝까지 천주를 믿으며 도피 생활을 했다. 다행히 박해의 손길을 피한 그는 1886년 프랑스와의 한불수호통상조약으로, 공식적으로 박해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가 이어지고 있었다.

 

1894년부터 1900년 초 김삼록은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기 위한 표징을 바위에 직접 새겼다. 그는 살고 있던 석단산 아래 높이 127cm, 폭 39cm, 두께 22cm의 화강암을 다듬었다. 전통적 직사각형의 비석 몸체와 십자 모양을 하나의 돌로 깎아 세우고, 그 위에 둥근 갓을 얹었다. 그는 이 신앙고백비가 발각되면 또다시 고초를 겪을까 두려워, 그 앞에 나무를 심어 비석을 가렸다. 해방되고 그의 손자인 김순경이 나무를 베어내자. 숨겨져 있던 신앙고백비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天主聖敎會 聖號十字嘉 천주 성교회 성호 십자가(十字嘉는 十字架의 오자)

第一 天主恐衛咸 첫째는 천주님을 두려운 (마음)으로 모신다.

第二 敎化皇衛咸 둘째는 교황님을 받들어 모신다.

第三 主敎衛咸 셋째는 주교님을 받들어 모신다.

第四 神夫衛咸 넷째는 신부님을 받들어 모신다. (神夫는 神父의 오자)

第五 敎于衛咸 다섯째는 신자들(교우)을 받들어 모신다. (敎于는 敎友의 오자)

奉敎人 金道明告 (천주)교인 김 도명고(도미니코) 제작

癸卯生本(古)盆城(今· 金海) 계묘년(1843)에 출생, 본관은 분성(김해) 金氏이다.

이 신앙고백비가 교회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80년대였다. 당시 서문동 주임인 이성길 신부가 우연히 김순경의 둘째 아들에게 신앙고백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증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 안동교구와 남성동 성당을 중심으로 교회 사적지 개발을 위해 신앙고백비 주변 부지 매입을 시작했다. 1999년 당시 옥산 성당 신기룡 신부와 회장단 그리고 청리 공소회장의 봉헌으로 성역화를 추진하여 대형 십자가와 제대, 십자가의 길, 2,000년 대희년 상징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상주 신앙고백비는 2009년 12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562호로 지정되었다.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작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1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사진집단기억 회장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1 부산국제사진제 특별전-F1963 석천홀

2021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석사학위청구전 ‘공소’-극재미술관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slow city 함창창작소-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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