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을 맞이하여 온갖 거짓 정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알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정보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하지만 그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한쪽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주었다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의 주장이 상반될 때 분명히 한쪽은 진실이고 한쪽은 허위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과 절차를 밟아 검증하고 판명할 수도 있다.
또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고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과정과 결과를 싫어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것이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평가보다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고 싶을 뿐이다.
하버드대 명예교수이자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말한다.
"사람들은 사실을 알기보다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는 걸 더 좋아한다."
심리학자 토머스 키다는 「생각의 오류」에서 사람들은 객관적인 통계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좋아하고, 내 생각에 의문을 품지 않고 확신하려고 하며, 자기 생각과 비슷한 견해만 들으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며, 자기가 한번 옳다고 믿는 생각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 한다.
이를 처음 제시한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은 확증편향은 현실 세계의 정보와 증거가 복잡하고 불분명한 가운데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를 찾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은 논리학에서는 “불완전 증거의 오류” 또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마케팅에서 체리피킹은 고객이 특정 브랜드 혹은 회사의 제품 중에서 일부 제품만을 구입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 흑백논리, 내로남불 등의 현상과 이로 인한 갈등과 음모는 모두가 확증편향 때문이다.
심성이 착하지만 얼굴이 좀 억세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조그마한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사람들은 무조건 그를 비난하기 쉽다.
그가 평소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고 선행을 했다고 주장해도, 경찰 조사로 고의나 악의가 없었다고 확인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외모에 의한 확증편향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도 확증편향 때문에 서로 다투고 심지어 적으로 갈라서는 경우도 있다.
이성이나 합리성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독일의 철학자인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도구적 이성 비판”에서 인간의 이성이 성찰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포기하고 거대한 집단 광기의 도구가 될 때 나치의 학살과 같은 미증유의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반목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우리 사회가 평화롭고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하여 우리 스스로 확증편향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 카이사르의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