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겨울에도 끊임없이 꽃을 피워주는 '글라브라사랑초'
[시골 꽃 이야기] 겨울에도 끊임없이 꽃을 피워주는 '글라브라사랑초'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2.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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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고 활짝 웃다

베란다에 있는 꽃들이 거의 소강상태에 있다. 그나마 여리여리하게 보여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글라브라사랑초'가 있어 추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낸다.
'글라브라사랑초'는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시간에 밤새 오무렸던 꽃들이 기지개를 켜듯 방긋 인사하며 햇살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활짝 피어난다. 햇볕에 바로 반응하는 꽃이다. 해가 뜨면 꽃이 피고 해가 지면 오므라진다. 많은 꽃들이 소리 없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는데 귀를 기울이면 꽃잎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글라브라사랑초'가 활짝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글라브라사랑초'가 활짝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아기처럼 여리고 작은 꽃이 시계 방향으로 빙그르르 돌아가며 피고 반대로 뱅그르르 말려서 오므리게 된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고 움직이는 모양새다. 경이롭기 그지없다. 우리들 인간의 삶도 저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바람개비 모양으로 피어 있는 '글라브라사랑초'
바람개비 모양으로 피어 있는 '글라브라사랑초'. 장성희 기자

'글라브라사랑초'의 이름은 '옥살리스', '클라브라로즈', '애기사랑초' 등으로 멋지게 불린다. 그 중에서 '애기사랑초'가 제일 예쁜 이름인 것 같다.
꽃말은 '당신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인데, 이 말은 번식을 잘 한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인지 한겨울인데도 잎이 돋아난다. 꽃을 보고 있으면 이제야 얼굴을 내미는 봉오리도 있고, 한창 때를 보내고 시들어가는 모습도 있다. 그리고 꽃을 털어내고 빈 껍데기 꽃받침만 남은 모습도 있다. 우리들 삶도 이와 같이 '일장춘몽'처럼 빠르게 지나가는데 매일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밤이 되어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글라브라사랑초'
밤이 되어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글라브라사랑초'. 장성희 기자

햇살 좋은 나날이 계속되는 겨울, 핑크빛 '글라브라사랑초'가 피었다. 어찌나 여리게  생겼는지 수줍은 소녀처럼 보인다. 꽃이 빈곤한 계절에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 앉아 해님만 보면 활짝 웃는다.
꽃줄기 하나에 한 송이씩만 피어 있다. 그리고 꽃과 꽃받침 사이에 노란색 띠가 있는데, 꽃은 샛분홍이라서 더욱더 시선을 끌게 한다. 한겨울에 예쁘고 고운 꽃을 풍성하게 볼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고 행복하다. 하루종일 이렇게 꽃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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