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대보름 풍경
[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대보름 풍경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3.02.0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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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태우기
달집태우기 2019년 팔현마을  정지순 기자
달집태우기 2019년 팔현마을 정지순 기자

대보름 풍경
음력 1월 15일은 대보름으로 상원일이라고도 부른다.
세시풍속에 이날은 찰밥을 지어 갖은 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여러 집의 찰밥을 먹는 것이 좋다고 이웃끼리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더위팔기 하는 풍속도 있었다. 해 뜨기 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라고 하며 말을 건네면 그해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부름 깨기 풍습도 있다. 대보름날 저녁에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를 깨물어 먹기도 했다.
부럼을 깨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귀밝이술 먹는 풍습도 있다. 정월 대보름날 당일 아침 식사 전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정신이 나고 귀가 더 밝아지며 그 해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해 생겨난 풍습이다.
륵히 정월보름에 빼놓을 수 없는 달집태우기가 있다.
대보름날의 행사로서 보름달이 떠오를 때를 맞추어 불을 지른다.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달집 속에 대나무들을 넣어서 그것이 터지는 소리로 마을의 악귀를 쫓는다고 믿는다.
달집에 소망하는 글귀를 써서 붙이고 태우며 소원을 빌며 각자 가정의 안녕을 비는 풍속도다.
계승해야 할 우리네 미풍양속이 물질문명으로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나라의 융성과 각 가정의 안녕을 비는 소원을 담아 달 집이 활활 불타고 있다.  정지순 기자
나라의 융성과 가정의 안녕을 비는 소원을 담아 달 집이 활활 불타고 있다. 정지순 기자

대보름을 맞아 세 분 文人의 대보름 단상(詩)을 소개한다.

정월 대보름/이상진

새해의 첫 보름날 밤하늘에 뜨는 별 꿈
두둥실 앞산위에 쟁반같이 둥근 달
다정히 온 세상 향해 얼굴 환히 비추네

대보름 오곡밥은 풍년의 염원을 담아
조·팥·콩, 찹쌀·수수 정갈하게 솥밥 지어
이웃과 정담 나누며 동네잔치 벌였지

호두와 땅콩·날밤 ‘딱’하고 깨물 때에
한 해를 국태민안 평안을 기원하며
세상의 나쁜 액운을 쫓는다는 부럼 깨기

보름달 뜰 무렵이면 달집을 태우면서
대죽 마디 ‘펑펑’ 튀며 우렁차게 타오를 때
풍요와 가족의 건강 새해 소원 빌었다
                           
(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육사백일장 장원. 나래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수상. 
대구기독문인회 회장 역임. 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저서 「시조집남도가는길」 「하늘이 푸르른 날」)                               

휘영청!/전영귀

젖어 들 그녀 살빛 술렁이는 금호강
후끈후끈, 임 맞이 설레기도 하여라
덩기덕 쿵떠러러러, 심장 소리 요상타!

푸릇푸릇 생솔가지 신혼집 단디 지어
정월이라 대보름 염원 불씨 지피노니 
걸잉불 귀문 이를 제 양수 물 질펀타! 

액을 태워 환생한 검은 토끼 한 마리
두둥실 몰고 온다, 쿵더쿵 방앗소리 
잡귀야 게 물렀거라, 보름달이 휘영청! 

(경북 성주 출생영남문학 신인상,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 영남문학예술인협회, 대구문인협회, 국제펜대구지역위원회, 부산여성문인협회, 혜암아동문학 등 회원 저서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

 

대보름/김정숙

서너 집 의 오곡밥을 얻어

아홉 차례 나눠 먹음 운이 좋다는 설

어쩜 부잣집의 오곡밥을 먹고 싶어 

핑계삼아 이집 저집 다녔는지 모른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여

마른버짐으로 푸석한 얼굴

지닌 것 없는 살림살이지만

영양을 채워주려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천기는

똑똑한 현대인들도

대꾸 없이 한잔을 들이키고

부럼을 빠작 깨문다.

(의성사촌 출신대구문인협회 회원.
국제펜 대구지역위원회 회원
여성문인회 회원
저서 "여로의 물빛"그때가 기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