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방송에서 화제가 되었던 '선풍기 아줌마 한 씨'를 기억할 것이다. 2004년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방송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지금도 성형 중독으로 얼굴을 망친 전형적인 사례로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기억되고 있다. 한 씨는 국내에서 무명 가수로 활동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일본으로 원정 공연을 가게 됐고, 갸름한 턱을 고치려다가 불법 시술에 손을 댔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그 과정을 추론해보면 불법 시술을 한 뒤에 얼굴을 망치게 됐고, 그로 인해 가수로서 공연의 기회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금전적으로도 어려워져 집에서 칩거 하다가 '조현병' 이라는 정신 질환을 얻게 되면서 급기야는 콩기름이나 파라핀을 직접 본인의 얼굴에 넣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 불법 성형 시술 권유?…꾐에 넘어가지 말아야
불법 성형 시술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에이, 원장님 요즘 누가 불법 시술을 하나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의료 현장에 있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 시술을 했고, 최근에도 이러한 불법 시술을 맞고 부작용이나 또는 얼굴의 변형이 생겨 오는 환자들이 많다. "그 사람 참 겁도 없네요. 그런 걸 왜 맞아요?" 라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건 무허가 공업약품 시술입니다" 라고 하면 누가 맞겠는가? 바람잡이와 그럴싸한 얘기로 포장해 시술을 권하기 때문에 처음 맞을 때는 좋은 것을 맞는 줄 알고 맞는다. 병원에서 하는 것보다 싸니깐 맞겠지 싶겠지만 돈도 오히려 비싸다. 몇 백 만원 쉽게 나간다. 불법 성형시술을 받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아는 사람이 얼굴에 콜라겐을 맞았는데 통통하니 엄청 예뻐졌어요. 나도 지난번에 맞았는데 부작용 하나 없이 얼굴이 탱탱하니 좋아서 지금 추가로 맞으러 가는데 같이 가볼래요?"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미용실 또는 오피스텔, 일반 가정집에서 주로 시술이 이루어지고, 바람잡이들의 달콤한 말과 시술자의 화려한 말솜씨와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함께 따라간 사람도 그 시술을 받게 된다.
'콜라겐이라고 하니 피부에 들어가면 좋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액체 실리콘, 액체 파라핀, 혼합 기름 등의 재료가 불법 성형 시술에 쓰인다. 불법 성형 시술을 받은 환자 얼굴에서 이 물질의 제거 수술을 해 보면 양상이 다른 것으로 보아 시술자만의 재료 선택과 섞는 비율 등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30~40년 전에 불법 시술을 한 분들보다 최근으로 올수록 변형이 적고 제거가 용이한 것으로 봐서 불법 시술도 나름 발전하는가 싶지만, 안전하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
◆ 불법 시술 이물질, 피부 흡착으로 제거 어려워
불법 시술이 문제되는 이유는 한 번 들어간 불법 주사는 영구적으로 얼굴에 존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맞은 부분이 단단해지고 붓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물질을 제거하기가 어렵고 오래된 불법 시술일수록 제거 시에 얼굴에 함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동성이 있는 액체 양상이라면 구멍을 내 짜내면 되지만, 보통은 조직과 유착이 되어서 제거가 어렵다. 특히 이마, 관자, 미간, 턱 주변은 제거가 어렵다. 그나마 입술, 뺨, 콧등, 턱선 등은 제거가 가능하지만 모두 제거하기는 어렵다. 깊은 층에 있는 이물질은 제거가 불가능하다.
치료는 부위에 따라 다르다. 입술의 경우는 보통 아랫 입술에 불법 주사를 맞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술이 두툼해지면서 뒤집어진다. 뺨이나 턱선의 경우는 시술 부위 근처에서 절개하면 제거에 용이하나 안면에 흉터가 생기기 때문에 보통 안면거상술의 절개선으로 같이 시행한다.
또한 이물질 제거 때 단단한 부분은 만져지기 때문에 제거를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뺨, 턱선의 꺼짐이 발생한다. 이 경우는 수술 한 달 이후에 여러 차례 농축 혈소판이나 DNA 주사, 줄기세포 등 조직 재생 물질을 주사해 조직의 자가 복구를 유도한다. 이후에도 꺼짐이 남아 있을 경우는 3개월 정도 지나 유착이 어느 정도 풀렸을 때 자가 지방이식을 한다.
콧등의 경우는 일반 코 수술의 절개선으로 들어가서 불법 시술물을 제거하고 주로 엉덩이에서 채취한 '자가진피 지방이식'으로 복구를 한다. 불법 시술 제거 수술을 받는 분도 힘들고 수술 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 장년층의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콜라겐을 빙자한 불법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결론은 안맞으면 된다. 혹시 누군가가 콜라겐 주사 맞는데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면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로 "권하는 사람이 범인이다". 그 사람을 멀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비엘성형외과 배성근 원장(안티에이징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