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약회 이용태(90) 회장은 前 ㈜삼보컴퓨터 회장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제 ‘인성교육전문가’로 ‘훌륭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 회장에게서 삶을 바꾸는 인생학 매뉴얼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 박약회와 인성교육

“논어의 ‘박문약례’(博文約禮: 널리 학문을 닦고 예를 지킴)라는 구절에서 이름을 따온 박약회는 1987년 설립됐습니다. 도산서원 ‘박약재(博約齋)’에서 퇴계 이황 선생을 사숙(私淑)하는 후학들의 모임에서 시작됐으며, 그 뒤 모임이 거듭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지금은 23개 지회로 늘어났습니다.

박약회는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서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초중고 학생을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세대 구분 없이 요청이 오면 직접 찾아갑니다. 또 HPM이라는 방법과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이것은 교훈을 하나씩 택해서 습관으로 만들어 실천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지금 학교나 가정에서 하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인성교육을 역사나 사회를 가르치듯이 지식교육으로 끝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잘못을 시정한 것이 HPM(Habituation Practice Model, 습관실천법)입니다. 습천법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안내합니다. ‘남-나-일에 관한 목표’를 정하고 ‘결심- 습관 만들기- 실천’의 단계를 거쳐 습관을 기르면 됩니다. 쉽고 재미있는 습천법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기만 하면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일찍 일어나기’나 ‘명상하기’와 같은 일상적 생활습관부터 ‘남을 배려하기’나 ‘작은 것에 감사하기’와 같은 삶의 태도와 가치관 변화에 이르기까지, 매일 조금씩 노력하면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원하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 재령이씨 가문에서 받은 교육과 그 영향

“어릴 때 할아버지 앞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한문도 배우고,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뼛속 깊이 박혀 오늘날 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집 영해 충효당은 500년 된 오랜 집인데 대문채도 없고 안마루 천정도 마무리하지 않은 미완성 건물이었습니다. 지금은 문화재로 수리했지만, 미완성 상태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미완성’으로 둔 이유는 ‘돈이건 힘이건 끝까지 가지 마라, 다음을 위해서 여유를 두라’는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늘 자손들에게 지고 밑질 줄 알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가르침은 제 삶에 나침반이 되어 절 이끌었습니다.”

◆ 슬기로운 인간관계의 핵심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마다 늘 상대방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생각하고, 이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서 실천하면 인간관계는 틀림없이 좋아집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도 역지사지입니다. 가족도 만날 때마다 내 기분 내 마음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지금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게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한다면, 사람들에게 사회에 짐이 되지 말고 보탬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반갑게 대하라, 길이나 승강기나 차에서 자리를 양보하라,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 자원봉사에 지원하라 등입니다.”

◆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 것

“지금 우리 사회가 걸린 병 중에 가장 큰 병은 가치관의 전도(轉倒)입니다.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눈앞에 보이는 이익입니다. 결혼을 잘 안 하는 것, 아이를 잘 안 낳는 것, 어른을 잘 안 받드는 것 등. 모두 당장 손해가 눈에 먼저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형제 부자간에 돈 때문에 싸우는 것도 돈의 가치를 우애의 가치보다 높게 보기 때문입니다. 속이고 사기 치고 배신하는 것도 돈의 가치를 양심의 가치보다 더 높게 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궁극적 가치는 행복입니다.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는 것도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흥미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많은 심리학자가 돈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은 돈이 많이 생기면 그때는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 돼서 그 때문에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새 차를 사면 행복해지지만, 몇 달만 지나고 나면 당연한 것이 되어 차를 봐도 무덤덤하게 됩니다. 돈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행복에 대해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행복은 돈이나 옷이나 자동차같이 바깥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박약회(博約會)에서는 마음속으로 항상 행복하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찾아보라고 가르칩니다. 행복해지려면 내게 없는 것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잊고 지내는 수많은 행복을 찾아내어 “행복하다, 행복하다”라고 반복해야 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이 된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 이용태 회장 주요 약력

-서울대학교 이학사

-유타대학교 대학원 통계물리학 박사

* 주요 경력

-박약회 회장

-숙명학원 이사장

-(사)국제퇴계학회 이사장

-삼보컴퓨터 설립, 명예회장 (1980~2005)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 (1982∼1989)

-두루넷(주) 회장 (1996∼2002)

-(사)볼런티어21 이사장 (2007~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