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오후 7기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지휘 줄리안 코바체프. 바이올린 크리스텔 리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고, 2015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크리스텔 리가 협연하는 <제456회 정기연주회>가 5월 24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펼쳐진다. 이날 무대에서는 독일 정통 클래식을 대표하는 고전의 ‘베토벤’, 낭만의 ‘슈만’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을 시작으로 그의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후반부에는 슈만의 짙은 서정성이 돋보이는 교향곡 제2번을 선사한다.
먼저 고전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이 연주회의 문을 연다. 1807년 초, 베토벤이 단기간에 완성한 것으로 보이는 ‘코리올란’ 서곡은 빈 궁정 비서관이자 법률가 겸 시인이었던 하인리히 요제프 폰 콜린의 5막 희곡 「코리올란」에서 감명을 받고 남긴 독립적 작품이다. 기원전 5세기 경 로마 영웅의 비극적 이야기는 베토벤의 비통하면서도 장중하고 힘 있는 선율에 깃들어 전달된다. 스케치도 없이 즉흥적으로 만든 곡으로 보이지만, 드라마틱한 구상이 무척 훌륭하다. 또, 현악기군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독창적인 형식 안에서 잘 살아있는 명곡이다. 베토벤이 남긴 여러 연주회용 서곡 가운데 일찍이 청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어서 ‘바이올린 독주가 포함된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이 곡이 널리 인정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품이 완성된 1806년,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제4번, 교향곡 제4번, 제5번 등을 작곡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유독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초연 당일까지도 악보의 일부가 미완성 상태였고, 바이올리니스트 프란츠 클레멘트는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섰다고 전해진다. 초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엇갈린 채 작품은 잊혀져갔다.
뒤늦게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은 1844년, 당시 13세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그의 스승 멘델스존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해 대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선율의 아름다움과 기품 있는 고고함 등을 자랑한다. 총 3악장 구성이고, 팀파니의 가벼운 연타음으로 시작된 1악장에서는 후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남긴 독주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카덴차가 매우 인상적이다. 약 24분의 유독 긴 1악장이 끝나면 평화로운 분위기의 2악장이 펼쳐지고, 3악장에서는 화려한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가 눈부시게 나타나며 장중하게 마친다.
협연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는 2013년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 1위 없는 2위에 오르며 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으며, 2015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외에도 캐나다 콩쿠르, 피렌체 국제 실내악 콩쿠르, 스털버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도 입상한 바 있다. 5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나오코 다나카와 정경화를 사사하였고,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아나 추마첸코를 사사했으며, 뭔헨 국립음악대학의 Exzellenz Master of Music 과정을 졸업하였다.
크리스텔은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음악제, 스위스 바트라가츠 넥스트 제너레이션 페스티벌,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페스티벌, 대관령국제음악제 등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바 있다. 2015년부터 함부르크의 독일악기재단(Deutsche Stiftung Musikleben) 후원으로 1781년산 로렌조 스토리오니로 연주하고 있다.
후반에는 독일의 낭만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이 쓴 교향곡 제2번을 들려준다. 1841년 교향곡 제1번 ‘봄’을 작곡해 성공을 거둔 슈만은 1844년 1월부터 5월까지 아내 클라라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다. 이 여행은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슈만에게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안겼다. 1844년 12월 슈만 부부는 요양을 위해 라이프치히에서 드레스덴으로 이사하였고, 점차 회복된 슈만은 1845년 12월에 교향곡 제2번의 스케치를, 1846년 2월부터 오케스트레이션에 착수했다. 하지만 정신 질환이 재발하여 전체는 10월에 완성되었다.
슈만이 남긴 네 개의 교향곡 중 세 곡은 그가 행복했던 시기에 작업된 반면, 교향곡 제2번은 심적으로 우울과 혼란에 빠져있을 때 탄생했다. 그러나 곡 전반은 밝은 분위기의 C장조로, 마치 어둠을 이기고 빛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슈만의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열에 찬 1악장에 이어 멘델스존풍의 익살스러운 2악장이 등장하고, 이와 대조를 이루는 유일한 단조 조성의 느린 3악장이 등장해 우수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지만 마지막 4악장에서 다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곡이 펼쳐지며 팀파니의 연타 속에 찬란하게 마친다.
대구시향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베토벤의 창작 중기, 이른바 ‘걸작의 숲’으로 불리는 1806년, 1807년에 각각 완성된 바이올린 협주곡과 ‘코리올란’ 서곡은 베토벤의 역동적인 장대함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메시지를 슈만의 교향곡 제2번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에 관심을 가지고 듣다보면 두 작곡가의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