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그때는
야들야들 뽀얀 피부를 한, 이대 냄새가 나는 여자였다.
대구로 시집 온 깜찍한 서울내기 다마네기 여자였다.
고초당초 시갓댁을 지극정성 일궈온 여자였다.
연년생 출산에도 쉽게 쉽게 통증 없는 여자였다.
초중고 교정을 치맛바람 휩쓸던 스카이캐슬 여자였다.
30년 전 그때부터는
중고차량 ‘키’와 함께 ‘주유카드’ 조차 빼돌린 여인네였다.
궁합 본답시고 중신애비, 웨딩매니저 애는 다 태운 여인네,
“고급 혼수감!”을 외치며 등골 뺀 여인네였다,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들고 들어와 바가지 긁던 여인네,
그 바가지에 당신이야 대머리 되든 말든 무심한 여인네였다.
10년 전 어느 날부터는
"유기농 유기농! 천일염!" 을 외치며 벌레 채소를 올리는 기특 할망구다.
수돗물 해롭다며 6개 생수 꾸러미를 한 손에 드는 슈퍼 할망구다.
이제 저제 올까말까 한 손주를 “어이구 내 강생아" 쥐고 빠는 애절 할망구다.
시판 진공청소기는 다 모은 듯, 아침 저녁 소음에 귀가 먼 깔끔 할망구다.
지금은
중년이 된 세 아들의 엄마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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