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김영하 著)
여행의 이유(김영하 著)
  • 김수남 기자
  • 승인 2019.07.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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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여행, 단어만으로도 설렘이다. 핫 한 휴가의 계절, 너도나도 '', 떠나자''고 외치며 여행의 물결은 넘쳐난다. 지친 현실로부터의 탈출, 새로운 도전과 경험, 재충전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며 또 꿈꾼다. 때맞춰 김영하작가의 신작산문집 <여행의 이유>가 출간되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몇 달 째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도 없고 그다지 자극적인 제목도 아니며 여행정보에 솔깃한 가이드북, 여행기도 아니다. 독자들이 책에만 집중하고 자기여행에만 상상하며 이유를 만나도록 이끌고 있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가려 하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사색하게 하고 여행의 감각을 일깨워 삶의 자세와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뜻밖의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깨달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는 계기라며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계획대로 잘 진행된 순탄한 여행을 탐한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잘 셋팅된 전형적인 여행에선 자신을 발견할 수 없고, 고생과 낭패를 본 뜻밖의 여행에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설명을 거듭한다. 그런 '뜻밖'이어야 가능한 돌발적 상황이 바로 마법의 콘텐츠도 되지 않을까?

저자는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고 말하며 오래전부터 여행에 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 에피소드부터 최근까지의 여행경험담과 철학을 담아 9가지 이야기로 엮어냈다. 시작은 중국여행을 했다가 바로 추방되는 사건으로부터 여행을 왜 가는가의 이유, 오직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어떤 여행, 이동의 본능, 어떤 자세로 여행했는지, 뭘 느꼈는지, 소속감 정체성 등 감정들과 여행지에서 받은 환대 순환을 정리했으며 자기를 드러 내고 싶은 여러 욕구들이 있지만 여행지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노바디 로서 여행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고 제안하기도 하며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리고 작가의 말로 마무리되고 있다.

  •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호텔이 좋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띄는 일터이고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잠깐 머문 호텔에서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전 자유로우며 어질러도 떠나면 그만,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이런 작가의 매력적인 시선도 재미를 더한다.

유명 소설가여서일까 책을 쓰는 데도 여행의 경험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감이나 글감을 얻기보다 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다.

  • 혼자하는 여행을 권하며, 그렇게 여행기를 가벼운 맘으로 시작하다 보니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계기도 되고 많은 기억들이 더 딸려 올라왔다고 한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여행을 통해 순례자는 신을 만나고 동방박사는 구세주의 탄생을 목도하고, 작가는 기가 막힌 글감을 얻어오는 소중한 재충전에서 그 답을 알게 한다.

책을 덮고 눈을 감아보았다. 까마득히 먼 옛날이 떠오른다. 관광학 전공과 예술, 여러 장르를 일생 겸업하면서, '90년대 초반 첫 강단에서 '관광(여행)'이란 어원과 정의 등을 강의 했던 때가 아른거린다. 교재에는 정주지에서 출발해서... 길게 쓰여 있는 내용을 확 줄여 핵심만 짜내던 기억과 해외여행전면자유화(철폐화)된 연도를 시험에 출제했던 일 등도 생각났다.

이 책에서도 이런저런 시대상이 나오고 있다. , 대학시절 여행담, 관광용 단수여권, 연령제한, 군 미필자 신원보증 등 독자들도 흥미로워 할 듯하다.

이젠 시니어의 나이가 된 나의 여행의 이유는? 시니어도 늘 여행을 꿈 꿀 것이다. 그보다 자신에게 진정 쉬는 시간을 주었는가, 나는 나의 인생을 바꾼 여행이 있었나, 내가 받은 환대는 누구에게 줘야하나... 인생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고 마음이 아프면 여행을 떠나보라 했던가? 평온한 일상에도 바람은 분다. 생활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무게를 들 수 있으며, 거창한 테마여행이 아니라도 여행을 상상하고 계획하는 만으로도 설레며, 나의 감성에 맞는 아이템 하나만 건져 와도 내내 여행의 여운과 그날의 추억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지구에 다녀가는 여행자라고 한다. 이 여름, 삶의 터전을 잠시 떠나 새로운 사람과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 도 마주해보자. 여행의 참된 의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듯, 스쳐 지나가는 길목에서 더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여름,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의 이유가 없어도 가보자, 여름 휴가지에 책도 한 권쯤 동행해보자. 저자의 권유처럼 원래 찾으려는 것 보다 더 큰 것을 얻어올 수도 있을 것 이다. 혹시 또 다른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는지 도?

"여행이 나를 만든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생애 첫 해외여행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