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명칭이 매킨리에서 디날리로 변경
- 고상돈, 이일교 산악인이 추락 산화한 곳
- 탈키트나에 있는 고상돈 대장 추념 묘역
페어뱅크스를 출발 앵커리지로 조지 파크(George Parks)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알래스카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디날리 국립 공원 보호 지역 중심에 높이 6,194m의 북미 최고봉 디날리산이 우뚝 서 있다. 공원의 전체 면적은 남한 면적의 1/4 정도 되며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2박 3일 정도는 있어야 한다. 알래스카에서 곰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공원으로 트래킹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2015년까지 매킨리산으로 불리다가 그 해 8월 오바마 대통령 알래스카 방문 때, 알래스카 원주민의 뜻대로 이름을 디날리산으로 변경했다. 디날리는 원주민인 아사바스카 족의 언어로 '높은 곳'이란 뜻이다.
아, 디날리여!
▶디날리는 허락할 것인가?
페어뱅크스를 출발하는데 날씨가 흐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달리는 버스 차창에는 비가 세게 때리고 있었다. 차창으로 하늘만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고속 도로 왼쪽은 구름이 사라지며, 가까이 있는 산이 온전하게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싶은 산은 오른쪽에 있었고, 좀 처럼 구름은 걷히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비가 그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디날리를 남쪽에서 볼 수 있는 사우스 포인트 도착 10여분 전에 해가 나타났다. 디날리가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버스가 조금 더 달리니 보이던 해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하늘을 두껍게 가리고 있었다.
디날리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아랫 부분만 살짝 보여주고 구름 속에 자신을 감추어 웅장한 위용의 정상의 자태는 우리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디날리 방문자 센터
디날리 방문자 센터에서 영화로나마 대신 디날리 국립공원의 모습을 감상했다. 영화의 제목은 '디날리의 심장박동 (Heartbeats of Denali)'으로 약 15분간 상영됐다. 공원의 자연과 역사, 생태계에 대한 영화로 디날리 국립공원의 웅장한 경관, 기후, 그리고 동식물 군을 다루며, 이곳의 독특한 환경과 야생 생물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디날리의 상징적인 산맥과, 이곳을 탐험했던 초기 탐험가들과 원주민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보존 노력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영화는 공원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생태적 중요성을 인식하며,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알래스카에 있는 국립공원 중 글래이셔 베이 국립공원과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이 공원은 디날리 봉과 그 주위의 산, 빙하, 그리고 야생동물로 유명하다. 가장 많이 관찰되는 야생동물은 곰, 순록, 염소 등이며 다른 동물들도 가끔씩 보인다고 했다.
디날리 방문자 센터 내부에는 디날리산을 포함하는 디날리 국립공원 모형도가 놓여 있었다.
▶디날리산에서 산화한 한국 산악인
1979년 5월 29일 고상돈 대장과 이일교, 박훈규 산악인 3명이 국내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디날리봉에 올랐지만 하산 도중, 고 대장과 이 대원 두 사람이 빙벽에서 추락해 현장에서 산화했다. 고 대장은 만 30세 때였고, 이 대원은 24살 때였다. 고 대장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을 등정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의 등정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국가가 됐다. 박훈규 대원은 중상을 입었으나 살아 남았다.
아직까지 많은 자료들이 고상돈 대장의 시신이 여전히 디날리산에서 잠들고 있다고 하는데, 고 고상돈 묘는 제주도에 있다. 그가 태어난 고향에 한라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1100고지에 안장됐다. 알래스카 가이드인 김대장도 이 사실을 여행 때 말했다. 그는 고상돈 부인과 딸이 알래스카를 방문했을 때, 직접 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전했다.
디날리 높이는 에베레스트산보다 낮지만 실제 얼음의 높이는 더 높으며 셀퍼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등정이 어렵고 조난자가 많은 이유가 된다.
탈키트나
탈키트나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알래스카에 크루즈 여행이 많아지며 식당, 호텔 등이 생기고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에어택시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에도 날씨로 인해 비행기가 금방 뜰 수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기상 상황이 약간 좋아져 운항은 가능했으나 여전히 디날리산 가까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근처에 있는 빙하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디날리산은 1913년 영국팀이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등반가들이 등정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희생자도 많이 나왔다. 가이드 김대장은 우리를 탈키트나 에어택시 사무소 인근에 있는 고상돈 대장 추념 묘역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당시 사고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추념을 했다. 묘역에는 디날리 등정 산악인 희생자의 위령 명패가 연도별로 붙어 있었다. 미국인 희생자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일본인 희생자가 34명으로 2위인 것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제일 많이 희생된 해에는, 한 해 동안 11명이나 희생됐다고 했다.
알래스카 가이드 김대장은 일본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 얘기도 해주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에무라 나오미(植村 直己, 1941-1984)는 일본의 전설적 산악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여러 극지 탐험과 고산 등정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1984년 2월 알래스카의 디날리에서 단독 등반으로 산 정상에 오른 후 실종되었으며,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하물며, 디날리에서 우에무라가 왜 죽었는지 25년 동안 연구한 일본인도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수는 세어 보지 못했지만, 한국인 이름도 많아 보였다. 마음 속으로 영혼들의 안식을 빌었다.
'디날리에서 산화한 영혼들이여 부디 안식하소서. 고귀한 도전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디날리는 날씨가 변덕스럽고, 바람이 시속 160km 속도로 수시로 불며, 지구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 위치하는 산이다. 단일 정상으로 홀로 바람을 받기 때문에 히말라야 14좌 등정보다 어렵다고 김대장은 전하며, 디날리 공원에 적합한 어구를 하나 건네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걸 기대하라(Expect the unexp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