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픈 흔적과 보이지 않는 숨소리를 찾아 나선 예비군 면대장 ‘박원규씨’
전쟁의 아픈 흔적과 보이지 않는 숨소리를 찾아 나선 예비군 면대장 ‘박원규씨’
  • 원석태 기자
  • 승인 2021.08.20 17: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시대의 사람들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할 사람들
고향사랑이 나라사랑의 지름길
박원규 면대장
예비군 4개면 면대관리자 박원규 면대장. 원석태기자

 

해방의 밝은 햇살도 잠시, 성숙되지 아니한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와 형제의 안위를 위해 젊다고 멋 부릴 시간도 접고 오직 자유대한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전장 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작은 영웅들, 오늘날까지 자존감 하나로 견디어 온 긴 세월들, 그 흔한 이름 석 자도 남기지 않은 채 숨어버린 수많은 얼굴들. 그리고 전쟁의 상처가 남긴 지독한 가난과 경제개발의 깃발아래 자유우방이란 이름으로 평화의 전사로 인도차이나반도 동부에까지,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감당하며 희생하고도 잊혀진 현실을 받아들인 용사들,  세월의 선물인 망각이 지난 일들을 잊게 하고 있다. 흐르는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지만 기억을 찾아 후대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수고와 헌신한 영웅들을 기억하게 하며, 고마움을 전하고 교훈을 얻고자 늦었지만 여기 남다른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지역에 묻힌 호국영웅들을 찾아내어 기리고자 열심인 지역 예비군 면대관리자 박원규(예비군 면대장)씨.

그를 통하여 이웃사랑과 나라사랑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지나간 시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 의성군 가음면에서 태어나고 제3사관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소위로 임관되어 군인의 길로 들어선 후 최전방인 양구와 철원에서 군복무를 하였습니다. 42세에 육군소령으로 예편하여 강원도 철원에서 예비군 지휘관 생활을 하다가, 2012년 고향인 의성군으로 보직을 옮겨 왔고 지금은 통합개편에 의한 총괄 예비군(금성, 춘산, 가음 , 봉양 4개면)의 면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족
어머니, 두아들과 함께. 박원규 면대장제공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 91세 되신 어머니와 아내, 두 아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회사원이며 둘째는 저를 이어 현재 군장교로 강원도 인제에서 근무 하고 있고, 아내는 노인 생활지원사로 지역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고향에 오셔서 한국전 참전 용사를 위해 하신 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 2012년 의성군 안평면 면대장으로 근무 할 때, 국가사업으로 ‘6. 25 참전 용사 훈장 찾아 주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역을 살펴보니 그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고인이 되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움에 나름대로 복무기록과 공적을 조사하여 상신한 결과 60여 년 만에 화랑무성훈장을 추서하게 되어 유가족 분에게 전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공모한 ‘사랑의 집짓기’에 공모하여 안평면에 사시는 월남참전용사 오강희씨가 노후주택에서 불편하게 생활하고 계셔서 국방부와 민간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 새 주택을 지어 드렸을 때 이사 하시던 날 기뻐하시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봉양면에 사시는 유가족 박을순(84세)할머니 집도 기초 조사가 끝나 새 주택 짓기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 월남참전 용사들을 위한 사업도 소개해 주십시오.

▶ 월남참전 용사들의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여 건강관리에 힘을 쏟았고, 다수의 가정이 생계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지원활동을 받을 수 있게 안내하였습니다. 노령으로 인한 지병과 당뇨합병증 등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집수리 사업도 실시했습니다. 특히 월남참전 용사로 자식이 없어 홀로 쓸쓸하게 계신 분이 계셨는데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생활지도와 일손 돕기, 가족이 되어 주기를 노력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인연으로 전화도 걸어오시고, 사소한 일도 의논하시기를 원하시면서, 마치 가족을 대하는 밝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 주실 때 생활지역은 다른 곳이지만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
사랑의 집 짓기를 준비 중인 박을순할머니와 박원규 면대장. 원석태기자

 

-지금 하시고 있는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사업은?

▶ 의성군내 6. 25참전 유가족 임에도 불구하고 자료 미비로 소외 된 참전용사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명예회복과 공적인정을 받기 위한 유가족 D.N.A 시료 채취하는 사업을 홍보도 하면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여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용사와 유족들, 그들의 아픈 하소연을 듣고 조사한 결과 금성면 10명, 가음면 7명, 춘산면 8명이 있어 시료를 채취하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뢰 중에 있습니다. 아마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봅니다.

또 고향마을 선배로부터 6. 25 전쟁 중 미군 병사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하여 참전하였으나 포로가 된 후 퇴각하는 북한군에 사살되어 매장한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소문 진원지 파악과 조사를 통한 제보자와 접촉하여, 미군 유해 1건, 미상 1건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몰지역 탐문과 확인 후 국방부에 보고하였으며 9월 중순부터 국방부 및 제2작전사령부 유해발굴단에 의한 대대적인 발굴 작업이 있을 예정이며, 유해를 찾아 동맹군의 조국 귀환을 적극 도울 계획에 있습니다.

조국을 위하여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진 시대의 젊은이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날이 지나 간들 잊지 말아야 할 이 시대의 영웅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구지심 (首丘之心), 즉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태어난 동굴 쪽으로 향한다는 말이 있다.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을 품고 있는 그를 보면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은 때이지만 또한 국가 안보도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 소명의식이 분명한 면대장 있어 든든하게 보였다.

오늘도 제복을 입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작전지도첩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