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74)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원더풀 시니어] (274)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4.08.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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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은 상반기평생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제공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제공

 

사자성어에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는 말이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뜻이다. ‘살아있는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로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장자 이야기 중에 ‘죽어서 신귀(神龜)가 되느니 살아서 진흙에서 딩구는 거북이 되겠다’라는 이야기도 있다.

장자가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초나라 왕이 신하를 보내서 ‘원컨대 선생께서 나랏일을 맡아주십시오.’ 장자는 낚싯대를 쥔 채 돌아보지도 않고 “내가 듣건대 초나라에는 죽은지 3천년이나 되는 거북이를 왕이 상자에 넣고 비단보로 싸서 묘당에 모셨다는데 이 거북이는 과연 죽어서 남긴 뼈가 귀중하게 모셔지기를 바랐을까요?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까요?” “돌아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닐 것이오.” 장자의 인생철학이 담긴 이야기로 이는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엔 죽음을 자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죽어본 사람 없다. 그래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본 사람 없고 경험한 사람 없는데 누가 사후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정말 죽으면 편할까? 많은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힘들지 않은 사람 어렵지 않은 사람 있을까?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것 또한 내 인생이다.

생로병사가 인생길이요 이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힘들거나 어렵다는 것의 원인은 마음가짐에서 온다. 오늘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내 인생에서 오늘이 다시 올 수도 없고 오늘이 가야 내일이 온다. 오늘이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내 시간이다. 내 삶에서 오늘의 낭비는 곧바로 내 인생의 낭비다. 그리고 인생길은 순간마다 선택이고 그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푸른 잎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가는 떨어진다. 영웅호걸도 절세가인도 세월 따라간다. 단 한 번뿐인 내 인생이다. 그래서 아등바등 사는 게 아니라 즐겁게 살아야 하고, 그럭저럭 사는 게 아니라 재미있고 멋지게 살아야 한다.

흔히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죽지 못해 산다’ 또는 ‘빨리 죽고 싶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노인들이 있다. 그러잖아도 살날이 많이 남지 않은 인생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다음 단계는 반드시 죽음이다. 끝맺음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맞이하는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떠날 때는 말 없이 훌쩍 떠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가는 세월 누가 막고 오는 백발 누가 막을 수 있나. ‘나’라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오로지 하나뿐이요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딱 한 번 살고 가야 할 딱 한 번뿐인 내 인생이다. 법정스님은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천당이고 지옥이다. 내 마음이 즐거우면 천당이고 괴로우면 지옥이니까. 그래서 지옥과 천당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며 사는 것이다. 어렵거나 힘들 때가 오더라도 이겨나가면서 내 인생 내가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