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화)~10.27(일) 전시
전시된 35 점 모두 추상화
관람객에게 무한한 상상력 제공
유례없이 무더웠던 찜통 여름을 보내고나니 더없이 맑고 높은 가을하늘에 눈이 시리다. 사람들은 짧은 계절을 향유하러 분주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각 전시실도 공실이 없다. 무더위를 예술혼으로 이겨낸 작가의 인고의 결실들이 대중에게 선을 보인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전시 작품들을 제3전시실에서 만났다. 관계자의 귀띔에 의하면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많다고 한다. 제25회 성지하 작품전 '표현과 의식의 확장'을 주제로 한 35 점의 추상화다. 성지하 작가는 남성 작가들도 버거워하는 대형작을 많이 작업하는 여류작가로 화단에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난해하다. 조금 물러서서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느낌이 온다. 옆의 관람객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기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과 감동을 표현한다. 뭔가 단서를 얻고싶어 작품 옆에 조그맣게 붙은 제목을 들여다본다. 무소득이다. 하나같이 '추상' 두 글자뿐이다. 다른 거라면 제목 앞 2024 년도에 붙은 일련번호뿐이다.
성의없는 제목이라고 작가에게 항의했다. 제목을 구체화하면 관람객의 의식과 상상을 틀 안에 구속하는 것이란다. 추상화란 화가가 대상을 자신이 직관한대로 표현한 것이다. 관객이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각자 나름의 의식과 직관으로 해석하고 상상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서예계에서도 주목받는 서예가인 작가는 그림에도 서예 필법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자를 대고 그린 듯한 직선과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표현은 서예 운필이라야 가능한 작업이다. 혼신을 다했을 작가의 노역이 가슴에 와닿는다.
비치된 도록을 펼쳐보았다. '작가의 노트'가 한글뿐 아니라 영어와 독일어로까지 병기되어 있다. 글로벌시대라 외국인 관람객까지 고려했나보다. 전문을 소개한다.
'표현과 의식의 확장
시작은 끝이 있고, 출발은 종착이 있다. 내 삶의 궤적엔 시작과 출발만 있지 끝과 종착은 없다. 그러기에 나의 영혼은 언제나 불안하고 방황한다.
자연 대상이나 현상을 맞닥뜨리면 나의 의식은 논리로부터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직관에 의존한다. "예술은 직관이다. 직관은 표현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표현이다."라는 B. Croce의 미학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와 같이 직관에 의존한 의식의 흐름은 내 작품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은 붓과 물감의 자율에 맡겨져 선과 색채의 향연으로 피어난다.
나에게 남겨진 과제는 표현과 의식을 확장하는 일이다. 앞날의 나 자신에게도 의문을 갖는다.'
개막 하루만에 작품 세 점이 주인을 찾았단다. 멀리서 오신 갤러리 한 분이 필이 꽂힌 작품을 즉석에서 구입하며 바로 가져가겠노라 고집하여 자리가 비었다. 도록으로 그 작품을 찾아보니 전시기간도 참지 못하고 가져간 그분의 심정이 이해는 되면서도 아쉬움은 크다.
작가의 화단 경력은 대단하다. 화려하다. 국내외 개인전 및 초대 개인전이 25회나 된다. 단체전은 무려 500여회, 대한만국 현대미술대상전 종합대상 수상, 작품 수가 상당하고 수준급이란 의미다. 경북대학교 외래교수, 각종 공모전에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으로 피촉되었으며, 대구미협, 한국미협, 국제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술계에선 그를 모른다면 간첩이겠다.
전시기간은 2024년 10.22(화)부터 10.27(일)까지다.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