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창문을 열면 마음의 시원함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내 마음에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 아름다운 감정이 마음에 진하게 묻어나면 세상은 아마도 장밋빛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흐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온통 흐리게 보일 것이다. 내 마음을 어떻게 무장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다양하게 자신의 눈 속으로 들어온다. 어쩌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오 헨리의 작품 '마지막 잎새'가 생각난다. 폐렴으로 앓고 있는 존시는 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방밖의 잎만 세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싱그러운 짙푸른 덩굴을 보면 삶의 의욕이 넘칠 것이고 생명의 무한성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친구에게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친구는 마지막 잎새와 함께 죽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한다.
창문을 열어보니 밤새도록 세찬 비와 사나운 바람이 불었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벽돌 담벽에 담쟁이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잎새를 보면서 존시의 병세는 차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생애 최고의 걸작인 담쟁이 잎을 그리고 죽은 무명화가를 통해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고 인생의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희망을 가져야 살 수 있다고 말하고,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밤새도록 최후의 최고의 작품을 남기고 죽은 화가의 희망이 섞인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를 위한 아름다운 무명작가의 작품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마음은 육신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마음 마음이 모여 육신을 만든다. 그러므로 항상 여여(如如)한 변질 없는 신의 마음이 필요하다. 바깥 대상을 바라볼 때도 즐거워하지 않고, 마음이 요동치지 않고, 혐오스러운 것을 볼 때도 거부하지 않는 그런 마음이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삶은 신을 마음에 껴안음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작은 것도 감사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존시가 이런 마음이었다면 삶의 의지를 잃은 나약한 모습이 아닌 늘 충만한 에너지가 솟아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