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문화가 느껴지는 도시
- 드라마 도깨비 배경으로 유명해진 도시
- 캐나다 연방에서 분리 독립 시도했으나 투표로 부결
퀘백 이야기
퀘백(Quebec)이 프랑스어인가 생각했는데 원주민 말로 '강이 좁아지는 곳'이란 뜻의 Kebec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퀘백은 17세기 프랑스 식민지로 시작되었으나, 1763년 7년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하면서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후 퀘백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다수인 지역으로,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독립을 원하는 움직임이 지속됐다.
퀘백의 독립 여부를 묻는 첫 번째 국민투표가 1980년에 실시되었으나, 60% 주민들이 반대하여 독립이 부결되었다. 두 번째 국민투표는 1995년에 실시되었으며, 50.6% 대 49.4%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독립이 부결됐다. 이 결과는 퀘백주에 사는 상당수의 사람들의 독립 희망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퀘백의 독립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열기는 다소 식은 상태다.
드라마 '도깨비'로 더 유명해진 올드 퀘백
한국인들 사이에 퀘백 여행은 드라마 도깨비 방영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깨비 방영 후 퀘백을 찾는 관광객 수가 많아졌다. 어떤 사람은 퀘백을 여행지로 정한 이유가 오로지 도깨비 때문이었다 할 정도다. 프랑스의 모습이 남아있는 퀘백의 구 시가지. 유럽식 아름다움을 이보다 더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감탄하는 곳, 바로 퀘백이다. 재미있는 점은 프랑스인들 조차도 이곳 퀘백의 역사와 전통이 보존된 모습을 보기위해 온다는 사실. 거리 표시도 모두 프랑스어로 돼 있었다. 전날 보았던 토론토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올드 퀘백은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성벽을 통과해야 하는 등 여느 도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북미에서 흔치않은 성벽 도시이며, 유일의 현존 읍성이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도시로 지정됐다. 성문에 가까워지니 퀘백주 의사당 앞의 투어니(Tourny) 분수가 보였다. (한국에서는 트루니라고 많이 부르고 있다.) 관광객들이 시원한 물줄기 근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투어니 분수도 도깨비의 촬영지였다. 어느 가을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은탁이가 도깨비와 이야기를 나눈 곳이라나? 무슨 이야기인지 아직 모르겠다. 성문에 해당하는 생루이(St. Louis) 게이트를 지나가면 본격적인 도깨비 명소들이 펼쳐진다.
도깨비 명소를 찾기 전, 우선 드라마 도깨비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생각이다.
드라마 도깨비
모 방송국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로 2016년 12월 2일 부터 이듬 해인 17년 1월 21일까지 16부작으로 방영된 판타지 드라마로,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20.5%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한다. 등장인물로는 김신 역의 공유, 저승사자 역의 이동욱, 그리고 지은탁 역의 김고은 등이 있다. 제공 자료에 의하면, 김은숙 작가가 3년간 구상한 작품으로,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이다." 조금 더 드라마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자.
드라마의 전체 주제는 '슬픈 사랑'이며, 이 테마는 다양한 관계와 형태로 표현된다. 김신(공유 분)은 천년 이상 지속되는 슬픈 사랑의 주체이자 매개체로, 전생과 현생을 통해 슬픈 사랑을 전하고 깨닫는 역할을 한다. 전생에서 선왕, 신하인 김신, 왕비였던 여동생이 전하지 못한 슬픈 사랑을 이어가는 매개체가 되며, 현생과 미래에서는 도깨비 신부와 함께 슬픈 사랑을 경험한다. 지은탁(김고은 분)은 주로 슬픈 사랑을 받는 주체로, 자신에게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주로 신들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도깨비를 통해 받고, 도깨비 신부로서 도깨비의 슬픈 사랑을 저승사자, 창조신의 도움을 받아 경험한다. 기타 왕여와 김선, 삼신할매와 고시원생 귀신, 저승사자의 찻집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슬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기자가 아는 이름인 소유, 에일리, 로이킴, 마마무를 비롯한 가수들이 부르는 14곡의 ost 음악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다.
드라마 배경을 찾아서
▶빨간문(Goblin Red Door)
이 문이 드라마 주인공인 김고은(은탁 역)과 공유(김신 역)를 한국에서 퀘벡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신비로운 비밀 통로 역할을 한다. 너무 평범한 아무 특징도 없는 문이지만 드라마에 나온 문이라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남아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한 번씩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문을 의식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드라마 도깨비를 보았거나 아는 것이라 생각됐다. 연유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이상하게 쳐다볼 뿐 그냥 지나 갔다. "왜 문 앞에서 사진찍는 거야?"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듯 보였다.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며 이 문을 알아보는 관광객의 수는 늘어났다고 한다. 별로 특징도 없는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많은 관광객들을 보니 드라마,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한국 문화의 위력이 실감 됐다.
아래 사진에서 동남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근처 상가에서 문 모형을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그 문을 5개나 사갔다고 했다.
▶쁘띠 샹플랭(Petit-Champlain) 거리
위의 빨간 문이 있는 거리로 예쁜 가게들이 많아 구경거리가 많다.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거리는 항상 북적거린다. 사뮈엘 드 샹플랭의 이름에서 따온 거리 이름으로 퀘백의 주요 역사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폭이 좁은 거리로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고풍스러운 장식이 가득한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김신과 은탁이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나온다.
▶목 부러지는 계단(Breakneck Steps, L'Escalier Casse-Cou)
계단 끝에서 은탁이 김신에게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사랑해요"라 말하며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나온다. 샹플랭 거리 끝에 있는 이 계단은 아주 가파르게 높아서 목 부러지는 계단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실제로 올라보니 그리 높지 않게 느껴졌다. 계단위에 서면 샹플랭 거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노엘 상점
크리스마스 가게로 은탁이 들어가서 구경한 가게이다. 한 때는 가게 안에 도깨비 드라마 캡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상점으로, 여러 가지 장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 호텔
정식 명칭은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낙'으로 길다. 하지만 보통 샤토 프롱트낙이라 부른다. 도깨비 촬영 장소로 한국인들은 일명 도깨비 호텔이라고 한다. 퀘백 시의 상징이 된 랜드마크로 동화속 궁전처럼 생겼다. 드라마에 나왔던 로비와 우체통, 호텔 내부는 온통 금빛으로 보였다.
퀘백 시티의 구시가지에 우뚝 서 있는 고풍스러운 호텔이다. 1893년에 지어진 호텔로 유럽의 고성처럼 웅장한 외관과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호텔 내부의 레스토랑이나 전망대에서 도시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처칠 수상과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결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전형적 프랑스풍 건축물이다. 18층의 고층건물과 주위에 있는 5층의 저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600여 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루스벨트와 레이건 미국 대통령, 영국의 처칠 수상, 프랑스 샤를 드 골 대통령,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스필버그 감독,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 그리고 배우 디카프리오 등이 숙박했다고 전해진다. 디카프리오는 아마도 호텔 근처에 있는 노틀담 퀘백 성당을 비롯한 퀘백에서 '캐치미 이프 유 캔' 영화 촬영을 할 때 숙박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호텔 앞은 뒤프랭 테라스라는 나무 데크 산책로가 있고 바로 앞에 세인트 로렌스 강이 흐르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나온 길이다. 호텔을 지나 강변을 따라 올라가면 소위 말하는 도깨비 언덕(Pierre-Dugua-De-Mons Terrace)이 나온다. 여기서 호텔을 배경으로 하여 '인생 샷'을 찍으려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으로 특히 노을이 아름답다.
위의 사진에서 왼쪽에서 두번 째 기둥에 붙어 있는 황금 빛 금속 사각 상자가 우체통이다. 은탁이 도깨비에게 편지를 부쳤던 우체통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노틀담 퀘백 성당(Notre-Dame de Quebec Basilica-Cathedral)
17세기에 건축된 성당으로, 고딕 양식의 멋진 건축물이다. 내부에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과 아름다운 목조 조각들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프레스코 벽화
벽화에는 퀘백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제일 하단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퀘백을 설립한 사뮈엘 드 샹플렝(1567~1635)이다. 퀘백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다. 시내에 그의 동상도 있다. 탐험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모피 장수였다 한다. 1608년 세인트 로렌스 강변에 세운 그의 모피 가게로부터 시작하여 퀘백 시가 만들어졌다.
왼쪽 3층에 보이는 인물이 자크 카르티에(1491~1557)이다. 이 기사 바로 앞의 기사에서 소개했던 캐나다라는 국가 이름이 그가 원주민으로부터 들은 말로부터 시작했다는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항해가이다. 시인이었던 옥타브 크레마지까지 총 17명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브라함 평원(Plains of Abraham)
1579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 역사적인 전투가 있었던 장소로, 현재는 큰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원에 나가보니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많이보였다. 도시에 이처럼 넓은 녹색 공간이 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에필로그
이번 퀘백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는 사실 드라마 도깨비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 여행을 계획하며 여러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도깨비 명소를 따라가는 퀘백 여행 콘텐츠들이 많이 있어 자연스레 도깨비 배경에 대하여 알게 됐다.
도깨비의 여러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예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며, 특히 도깨비 빨간문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쁘띠 샹플렝 거리. 김신과 은탁이 머물렀던 호텔로, 고풍스러운 외관과 내부가 매력적인, 호텔 내부의 우체통도 드라마 팬들에게는 꼭 가봐야 할 포토 스팟으로 인정 되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 드라마에서 김신이 자주 앉아 있던 잔디가 있는 초록 언덕으로, 세인트 로렌스 강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며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는 도깨비 언덕. 의회 의사당 앞에 위치한 분수로 도깨비의 중요한 장면이 촬영된 곳인 투어니 분수 등 드라마 장면들이 퀘백의 유명한 관광 명소를 포함한다.
물론 드라마 촬영지 외에도 매력적인 장소가 많다. 유럽풍의 건축물과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며,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더욱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 촬영지를 의식하며 여행하는 동안 퀘백 여행이 더 재밌고 더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풍 거리에서 많은 관광객들 속에 섞여서 와인이나 맥주를 한 잔 하며 퀘백의 낭만적 밤 분위기에 흠뻑 젖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